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앞둔 10일 사직구장.
이날 이승엽(36)은 오랜만에 1루수 선발 출전을 앞두고 있었다. 지난 2일 대구 두산전 이후 정확히 8일 만에 1루수 미트를 끼게 된 것. 마침 유일한 팀 선배인 진갑용(38) 역시 포수 선발출전이 확정된 상황. 이승엽은 마음으로 "(진)갑용이형, 오랜만에 1루에 견제구 하나 빼 볼까요"라고 동반 출장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 이승엽의 말이었지만 이날 경기에서 두 베테랑의 콤비플레이가 적중했다. 1-1로 맞선 4회 삼성 선발 브라이언 고든이 1사 후 홍성흔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지난 두 경기에서 부진했던 홍성흔은 무려 10타석만에 1루를 밟는데 성공해 반가운 나머지 친구인 이승엽의 둔부를 쓰다듬으며 친근감을 표했다.

수비에 집중하고 있던 이승엽은 난데없는 불청객(?)인 홍성흔의 손놀림에 흠칫 놀라며 미소만을 지었다. 타석에 들어선 박종윤의 볼카운트는 2볼 1스트라이크. 작전이 걸리기 딱 좋은 볼카운트에서 롯데 벤치는 치고 달리기 사인이 나왔고, 이를 간파한 진갑용은 피치아웃을 한 뒤 곧바로 1루수 이승엽에 총알같은 송구를 했다.
금방까지 홍성흔과 미소를 나누던 이승엽은 진갑용의 송구가 오자 침착하게 홍성흔을 1루와 2루 사이에 몰았다. 홍성흔은 살기 위해 1루와 2루 사이를 바쁘게 왔다갔다 했지만 결국 진갑용에 의해 태그아웃 당하고 말았다. 결국 삼성은 4회를 무실점으로 마쳤다.
진갑용은 여기에 또 피치아웃으로 주자를 잡았다. 2-1로 앞서가던 6회말 1사 후 김주찬이 중전안타를 치고 나갔다. 경기 중반 빠른 주자의 출루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진갑용은 피치아웃 후 정확한 송구로 2루를 훔치던 김주찬을 잡아냈다. 역시 경험이란 야구에 있어서 무엇으로도 보충할 수 없는 귀중한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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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