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수-정우람 무너뜨린 두산의 뜻깊은 1승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5.11 06: 26

철옹성 같던 상대 좌완 듀오를 상대로 추격 발판을 만든 뒤 역전 끝내기까지 성공시키며 연패를 끊었다. 천신만고 끝 4연패를 마감한 두산 베어스의 10일 승리는 단순한 1승 그 이상이었다.
두산은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2012 팔도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SK전서 9회말 2사 1,2루서 터진 임재철의 끝내기 2타점 3루타에 힘입어 9-8로 승리했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시즌 전적 13승 1무 10패(공동 2위, 10일 현재)를 기록하며 최근 4연패 수렁에서 간신히 벗어났다.
특히 이날 승리는 단순히 연패를 끊었다는 점보다 박희수(29)-정우람(27)으로 이어지는 SK의 막강 좌완 필승 계투들을 상대로 역전승에 성공했다는 것을 높이 살 만 했다. 선발 김선우가 5이닝 6실점으로 무너지며 끌려가는 입장이 된 두산은 7회말 무사 만루 찬스에서 단 한 점도 올리지 못한 뒤 8회 1루수 최준석의 야수선택에 이은 악송구로 한 점을 더 내주며 5-8까지 몰렸다. 박희수-정우람으로 이어지는 SK 계투진을 감안하면 경기 분위기 면에서 이미 진 경기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두산은 8회말 1사 1루서 대타 윤석민의 1타점 좌익수 방면 2루타에 이어 허경민의 1타점 좌중간 안타로 7-8까지 추격했다. 이 두 개의 적시타는 전날(9일)까지 단 하나의 자책점도 내주지 않던 ‘언터처블’ 박희수를 끌어내리는 효과를 낳았다. 박희수가 연투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었으나 어쨌든 평균자책점 0의 막강 좌완을 신예들이 무너뜨린 장면은 높이 살 만 했다.
다급히 박희수를 내리고 지난해 홀드왕(25홀드)인 동시에 올 시즌 초 마무리를 맡고 있는 정우람으로 8회 위기를 일단락지은 SK. 그러나 정우람도 두산의 상승 무드를 막지 못했다. 9회말 두산은 대타 이성열의 몸에 맞는 볼과 신예 포수 최재훈의 좌전 안타 등으로 2사 1,2루를 만들었다.
주장 임재철은 정우람의 초구 바깥쪽 체인지업을 노리고 그대로 초구를 밀어쳤고 이는 역전 결승 끝내기 우중간 2타점 3루타로 이어졌다. 8,9회 막강 계투들을 중심타자가 아닌 신예와 베테랑 외야수가 무너뜨린 경기다. 팀의 중심타자와 에이스도 막지 못했던 연패 탈출을 주전 자리에서 빗겨나 있던 선수들이 이끌었다.
이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4년부터 두산은 스타 플레이어가 즐비한 화려한 야구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스포트라이트에서 빗겨나 있던 선수들이 활발하게 뛰는 야구를 펼쳐왔다. 4번 타자 김동주도 당겨치기에 급급한 타격보다는 밀어칠 때 밀어치는 타격을 선보이며 팀 플레이를 펼쳐왔다. 그 기간 동안 손시헌, 이종욱, 김현수 등 신고선수나 방출 전력의 유망주들이 주전을 넘어 국가대표로 성장했고 경쟁을 향한 선수들의 긴장감도 높았던 시기다.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돈이 아닌 유망주와 깜짝 스타가 뛰쳐나오는 야구였다.
그러나 우승으로 목표가 획일화되고 선수들의 자타 기대치가 높아지며 선발 라인업도 일반화되면서 알게 모르게 조급증이 선수단을 감싸기 시작했다. 결국 두산은 지난해 내우외환 속 5위에 그쳤다. 2군 코치로 5년 넘게 재직하며 유망주들의 상실감과 허탈함을 수도 없이 목격했던 김진욱 신임 감독은 선수들에게 권한을 주되 주전 자리를 무조건적으로 확정짓지 않는, ‘1군 엔트리 26인이 모두 경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무한 경쟁 체제’를 표방했다.
그리고 5연패와 시즌 첫 3연전 전패 위기에서 팀을 구해낸 이들은 스타 플레이어가 아니라 의외의 변수를 지녔던 선수들이었다. 기존 주전 선수들에게는 긴장감을, 그리고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커다란 동기부여가 될 만한 역전 끝내기 승리다.
주전 경쟁을 향한 자연스러운 긴장감 속에서 선수들의 전체적인 기량 상향 평준화를 꿈꾸는 김 감독의 지론. 4연패 탈출의 순간은 앞으로 이어질 2012시즌 두산의 행보에 있어 터닝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화수분 야구 시즌2’의 예고편이 될 만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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