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무승부 혈투 속 얻은 수확 3가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5.11 06: 25

4시간 8분에 이르는 거인과 사자의 혈전은 결국 자웅을 가리지 못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10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연장 12회 혈투끝에 2-2로 무승부를 거뒀다. 롯데가 8명, 삼성이 6명 등 총 14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고 삼성은 13개의 잔루를, 롯데는 4개의 잔루를 남겼다. 양 팀 모두 어딘가 막힌 듯 시원스럽게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고 결국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이날 무승부로 롯데는 3연패를 끊는데는 실패했다. 무승부는 연승·패에 계산되지 않기 때문이다. 롯데는 최근 4경기서 팀타율이 1할6푼4리에 그칠 정도로 극심한 타격부진을 겪고있다. 또한 삼성과의 3연전에서 롯데가 얻은 득점은 단 3점이다. 한때 팀타율 3할을 넘나들며 불방망이를 자랑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방망이 걱정을 안 할수가 없다.

그렇지만 이날 무승부가 롯데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최소한 헛심만 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최소한 롯데는 3가지 긍정적인 소득을 얻었다.
▲ 양승호 체제이후 스윕이 없다
만약 롯데가 이날 삼성에 패배했다면 지난해부터 사령탑을 맡은 양승호 감독 부임이후 처음으로 한 팀에 시리즈 전체를 내주는 '스윕'을 당할 뻔했다. 작년 롯데는 한창 팀이 어려울 때도 단 한 번도 스윕을 당하지 않았다. 최다 4연패까지 갔었지만 '승패패패패승'의 패턴이었다.
스윕을 당하지 않았다는 점은 단순히 3연패를 저지했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양 감독은 "한 팀에게 약점을 드러내면 안 된다. 그러면 시즌 내내 상대팀에서 얕잡아보게 되고 그게 승부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작년 단 한 차례도 스윕을 당하지 않은 롯데는 7개 구단과의 상대전적에서 SK(8승10패1무)와 LG(8승11패)에만 뒤졌을 뿐이다. 상대전적에서 뒤진 팀과도 절대적 열세를 드러내지 않고 대등하게 맞섰다. 결국 이는 롯데 팀 역사상 최초의 플레이오프 직행까지 이어졌다. 어느 한 팀에도 약점을 보이지 않았기에 안정적인 성적을 거둬 정규시즌 2위까지 확정지은 것이다.
10일 경기 전까지 롯데와 삼성의 상대전적은 3승 1패. 만약 이번 시리즈까지 내줬다면 롯데는 첫 스윕과 함께 삼성에 열세를 보일 뻔했다. 비록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공략하며 거둔 1승이 있지만 4강 진입이 아직은 유력한 삼성에 약점이 잡힌다면 장기적으로 롯데에겐 달가울 수가 없다. 결국 투수 8명이 버티며 삼성 타선을 봉쇄한 보람이 있는 것이다.
▲ 반갑다 이승호, 1군 연착륙 가능성
10일 경기 전 양 감독은 전날 1군에 등록된 좌완 이승호의 활용방법에 대해 "주로 길게 던지는 롱릴리프로 쓸 예정이다. 현재 1군에 있는 좌완 3명 가운데 경험이 가장 많아 우타자를 잡는 방법을 안다"고 말했다. 양 감독의 기대처럼 이승호는 1군복귀 후 2경기에 모두 등판해 3이닝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아직 구속은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최고구속은 141km만 기록하고 있다. 또한 이날 경기에서도 1⅔이닝을 던지면서 볼넷만 3개를 남발했다. 안타를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지만 자칫 볼넷 때문에 경기를 내줄 뻔했다. 그렇지만 이승호는 완전치 않은 구위로도 관록 넘치는 투구로 삼성 타선의 득점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이승호가 중간에서 이틀 연속 1이닝 이상 소화해 준 덕분에 롯데 불펜은 짐을 덜 수 있었다.
이승호가 1군에 복귀하지 전 롯데 불펜의 고민은 롱릴리프에 적합한 투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김성배는 이미 필승조로 빠진 상황이었고 이재곤은 아직 컨트롤이 불안정했다. 좌완 이명우와 강영식은 아직은 좌타자를 상대하는 원포인트로만 활용 중이다. 그렇지만 경험이 많은 이승호가 1군 마운드에 가세하며 롯데는 뽑아쓸 수 있는 카드가 늘어난 셈이다.
롯데는 기존 불펜진의 힘이 떨어질 때쯤 시기를 잘 맞춰 복귀한 이승호가 반갑기만 하다. 좀 더 구위를 끌어올려 이승호가 필승조에 정식으로 복귀한다면 롯데 불펜은 더욱 짜임새를 갖출 수 있게된다.
 
▲ 8회 트라우마와 작별, 최대성의 건재
지난 한 주 최대성은 4경기에 등판해 피홈런 3개를 헌납하며 1승 2패 평균자책점 16.88로 부진했다. 피홈런 3개 모두 초구에 직구를 던져 두들겨 맞은 결승 홈런이었다.
양 감독은 "2점 차 이상 날 때만 마운드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지만 팀 사정은 최대성을 그대로 두지 않았다. 결국 최대성은 2-2로 맞선 8회 1사 1,2루에 마운드에 올랐다. 이는 악몽과 같았던 지난주와 사정이 너무 비슷했다. 3개의피홈런 모두 8회에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최대성은 달랐다. 계속 공략당했던 초구를 직구 대신 체인지업이나 슬라이더 같은 변화구로 택했다. 그리고 박석민을 좌익수 뜬공으로, 최형우를 삼진으로 솎아냈다. 직구 일변도에서 리드에 변화를 줘 위기를 막아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다. 9회에도 1,2루 위기를 맞았지만 변화구를 적절하게 섞는 투구 패턴으로 무실점 피칭을 펼치는데 성공했다.
이날 최대성의 투구수는 27개. 스트라이크는 16개였으며 볼은 11개였다. 최고구속은 156km까지 나왔고 직구 16개, 슬라이더 7개, 체인지업 4개를 각각 던졌다. 현재 롯데 불펜 사정상 최대성이 빠지면 치명적이다. 지난주 부진은 자칫 불펜투수에겐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수 있었지만 최대성은 트라우마를 이겨냈다. 이것이 롯데가 3연패 뒤 무승부에도 웃을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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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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