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중지추’ 허경민, 2년 주기 경찰청産 신인왕 도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5.11 11: 13

2008년 최형우(삼성 라이온즈), 2010년 양의지(두산 베어스). 둘은 경찰청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신인왕 타이틀을 따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팀의 2루 공백을 틈 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두산 4년차 내야수 허경민(22)이 선배들의 2년 주기 신인왕 타이틀 계보를 이을 수 있을 것인가.
지난 2009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2차 1라운드로 지명된 허경민은 데뷔 첫 해 2군에서만 활약한 뒤 곧바로 경찰청에 입대했다. 경찰청 2년 간 테이블세터로서 2년 연속 도루 1위에 오르는 등 바람직하게 성장한 허경민은 올 시즌 22경기 3할4푼9리(43타수 15안타, 10일 현재) 7타점 2도루 1실책을 기록 중이다.
특히 제 포지션이 아닌 2루를 기대 이상으로 잘 막아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만 하다. 오재원과 고영민의 잇단 부상으로 구멍 난 2루 자리에서 허경민은 예상했던 것보다 좋은 수비력을 발휘 중이다. 4일 잠실 LG전서는 이진영의 안타성 타구를 잡아내며 팀 승리를 지키기도 했다.

10일 잠실 SK전서는 방망이로 팀의 기세를 끌어올렸다. 이날 9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해 4타수 3안타 3타점을 기록한 허경민은 2회 2타점 우전 안타에 이어 패색이 짙어가던 8회 1타점 좌중간 안타로 분위기를 살렸다. 교체 출장이 잦은 편이라 표본은 적지만 좋은 활약을 펼친 경기에서 보여주는 수훈이 꽤 쏠쏠하다.
2004시즌 프로야구계에 병풍이 휩쓴 후 창단된 경찰청 야구단은 최근 들어 좋은 야수들을 배출하고 있다. 2002년 삼성 입단 후 2005년 방출된 뒤 2008년 재입단한 포수 출신 외야수 최형우는 그해 126경기 2할7푼6리 19홈런 71타점으로 신인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올 시즌 최형우는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지난 시즌 30홈런 118타점을 올리며 팀의 통합 우승 일등공신이 되는 등 정상급 타자 중 한 명으로 우뚝 섰다.
허경민의 팀 선배이자 주전 포수인 양의지도 경찰청이 배출한 2000년대 짝수해 신인왕이다. 2006년 두산 유니폼을 입었으나 이듬해 말 군입대를 택한 양의지는 2010년 단숨에 두산 안방을 차지한 뒤 127경기 2할6푼7리 20홈런 68타점을 올리며 신인왕 자격을 갖춘 포수로는 최초로 첫 풀타임 시즌 20홈런에 성공했다. 생애 단 한 번 뿐인 신인왕 영광도 양의지에게 돌아갔다.
일발장타력을 지닌 최형우, 양의지와 달리 허경민은 장타력보다 수비력과 컨택 능력, 빠른 발로 어필하는 타자다. 또한 주 포지션인 유격수 외에도 2루와 3루를 소화할 수 있으며 시범경기서는 중견수 수업을 받기도 했다. 내야수 출신임에도 타구 판단 능력이 뛰어나 수비력에서는 큰 결점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팀 내 평가다. 김진욱 감독도 “장타력이 조금 부족하고 번트 기술이 다소 미숙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것을 갖춘 유망주다. 1군에서 꼭 붙어있었으면 하는 선수”라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다.
현재 성적만 따지면 신인왕 자격을 갖춘 신예들 중에는 KIA 우완 박지훈, LG 좌완 이승우 등과 함께 선두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허경민이다. 그러나 10일 1군 엔트리에 지난 시즌 주전 2루수 오재원이 복귀하면서 출장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 수도 있다는 불안 요소가 남아있다. 1군에서의 첫 시즌 가장 큰 암초를 만나게 된 허경민이 어느 자리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 지도 기대할 만 하다.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 청소년 선수권 우승 주역 중 한 명인 허경민은 절친한 친구이자 유격수 라이벌이던 김상수(삼성), 안치홍(KIA), 오지환(LG) 등에 대한 부러움을 숨기지 않는다. 먼저 1군 무대를 경험하며 이제 명실상부한 주전 선수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경민은 자신이 친구들에게는 없는 장점을 갖췄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저는 아직 신인왕 자격도 유효하고 군대도 일찍 다녀왔잖아요. 물론 신인왕은 팀에서 출장 기회가 주어져야 도전할 수 있겠지만. 한 번 기회가 된다면 도전하고 싶습니다”. 높아지는 관심에 어깨 먼저 으쓱하기보다 좀 더 기량을 절차탁마하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는 허경민이 ‘2년 주기 경찰청 출신 신인왕’ 공식을 잇는 세 번째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