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첫 승을 거뒀다. 하지만 그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야구는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는 진리 아닌 진리를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KIA 우완 투수 김진우(29)는 지난 9일 대전 한화전에서 6⅓이닝 5피안타 3볼넷 2사구 7탈삼진 1실점 퀄리티 스타트로 시즌 첫 승과 함께 지난 2007년 6월14일 대구 삼성전 이후 무려 1791일만에 승리투수가 되는 감격을 누렸다. 3년이 넘는 공백기를 딛고 다시 일어선 것이라는 점에서 더 관심이 높아진다. 재기를 위해 노력도 많이 했지만 그만큼 타고난 재능이 대단하다.
그러나 KIA 선동렬 감독은 냉정했다. 선 감독은 "좋을 때는 정말로 좋지만 안 좋을 때에는 너무 안 좋다. 그 차이가 심하다"고 지적하며 "나도 진우가 한창 좋을 때에는 어땠는지를 보지 못해 잘 모른다. (스프링) 캠프를 반밖에 하지 못해 완벽한 상태가 아니다. 공백기가 있고, 훈련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기복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위력적일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김진우 본인도 "아직 베스트 컨디션은 아니다. 7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 감독이 말한 것처럼 제구력이 들쭉날쭉하고, 커브의 위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슬라이더의 제구도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이다.
투수 출신의 양상문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김진우가 공백만 없었다면 여러가지 기록을 남겼을텐데 아쉽다"는 말로 그가 갖고 있는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지금 상태로 김진우가 베스트로 던지면 제구가 안 된다. 힘을 빼고 던져야 제구가 되는데 공백기 후유증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선동렬 감독과 같은 의견을 내비쳤다.
오히려 양 위원은 "공 자체가 워낙 좋다. 직구 구속이 중요한 게 아니라 배트를 밀어낼 만큼 볼끝에 힘이 있다. 코너워크가 되지 않더라도 저 정도로 힘있는 공과 각도 큰 커브라면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기 어렵다"며 당장 올 시즌 충분히 선발로 활용 가능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선동렬 감독도 "오랜만에 승리를 하며 자신감도 얻었고, 선발로 계속 나오다 보면 조금씩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선 감독은 "지금처럼 절실함을 느끼야한다. 도중에 이상한 행동하지 말고 그 마음이 계속 되길 바란다. 야구하니까 김진우이지 유니폼 벗으면 누가 알아주나. 진우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을 것"라는 말로 절실함을 갖고 야구에 전념하기를 바랐다. 김진우도 "감독님이 기대를 하고 기회를 주시는 만큼 보답하고 싶다. 부상없이 꾸준히 한다면 예전 같은 모습은 아니라도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3년 공백기를 딛고 복귀 2년째를 맞아 마침내 괴물 본색을 드러낸 김진우. 이제 첫 승이고, 아직 보여줄 게 많이 남아있다.
waw@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