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지젤'의 발레리나는 멋진 도약으로 하늘을 멋지게 나는 동작을 선보인다. 하지만 스투트가르트 발레단의 프리마발레리나 강수진의 발에서 보듯이 이런 아름다운 동작을 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훈련을 통한 신체적인 요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같은 예술이어도 음악이나 미술과는 다르게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수단이 신체인 까닭에 무용수들은 마치 축구선수나 체조선수와 같은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아야 하고 이에 따른 부상이 또한 매우 잦아 큰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무용수를 다루는 특별한 분야가 일반인에게는 낯선 ‘무용의학’이다. 국내에는 지난 1994년 미국에서 돌아와 무용수들의 기량을 책임 지고 있는,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셜 발레단의 자문의를 맡고 있는 족부 정형외과 전문의 이경태 원장이 있다. 그는 지난 20년동안 김지영 엄재용 등 무용수들을 수술과 재활 등을 통해 다시 무대로 복귀시킨 바 있고 현재도 무용수들의 부상 지킴이로 활약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상에 무관심했던 국내 무용수들을 위해 무용의학이라는 교과서를 만들었고, 예술종합대와 숙명여대, 한양대, 이화여대에서 무용수들의 부상에 대한 강의를 했다. 점차 무용수들의 부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2007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전문무용수 지원센터가 만들어졌고 이 원장은 올해부터 이 곳 이사직을 맡고 있다. 정형외과 전문의 이경태 원장을 통해 무용의학에 대해 알아보았다.
무용수들은 몸의 곡선을 통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몸은 말라야 하면서도 점프 동작을 위해서는 강한 힘도 갖춰야 한다. 매우 이율배반적인 신체의 특징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부상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남들이 하지 않는 바깥쪽 수평으로 벌린 채 서는 ‘턴아웃(turn-out)’(사진 오른쪽) 자세와 발 끝으로 서는 ‘포인트(pointe)’(사진 왼쪽) 자세가 기본 동작이 돼 있다. 이 동작들은 해부학적으로 매우 불편한 자세라 일반인은 사실상 수행하기가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무용수들은 발에 무리가 가는 족부 질환을 안고 지낸다. 따라서 ‘무용’ 자체를 이해하지 않고서는 무용수들을 치료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움이 있다.
▲ 전문 무용수의 치료는 일반인과 달라
무용수의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수술 전과 수술 후의 기량이 그대로 요구된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이는 일반인들에게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차이는 재활과정에서 나타난다.
무용수는 시즌, 비 시즌이라는 것이 따로 없기 때문에 1년 내내 운동을 해야 하고, 특히 유연성은 필수다. 따라서 몸이 뻣뻣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되도록 수술 후에도 기브스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수술의 관건이다.
무용수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하루를 쉬면 본인이 알고, 이틀을 쉬면 선생이 알고 3일을 쉬면 관객이 안다.’ 따라서 수술 후에도 재활 기간을 최소로 단축하는 것이 이들에게는 생명과도 같다. 되도록 기브스 없이 낫게 하고, 근육 없이 힘이 있어야 하는 것, 이것이 무용수들의 재활 과정이 조금 특별한 이유며 무용의학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의는 반드시 무용수의 몸 전체를 이해해야 한다. 어떤 동작을 할 때 어느 부위에 무리가 가는 지, ‘무용’에 대해서도 전문가가 되어 있어야 한다. 실질적으로 스포츠 의학의 원칙이 들어가기는 하나 기법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 무용수들이 자주 걸리는 질환
사람의 여러 직업 중 신체조건이 반드시 맞아야만 할 수 있는 직업 두 가지가 있다. ‘우주인’과 ‘발레리나(발레리노)’다. 이는 무용수에게 타고난 신체조건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데, 러시아에서는 스크리닝 테스트(screening test)를 통해 대상자가 이러한 신체 조건을 타고 났는 지 판별한다.
하지만 아무리 타고난 신체를 갖고 있다 한들, 정상적이지 않은 무리한 자세를 취해야 하는 무용의 특성상 무용수들은 족부 질환을 달고 산다. 크게 세가지로 나눠지는데 발목을 삐는 ‘족관절염좌(또는 족관절만성불안정성)’, 발 뒤쪽에 뼈조각이 생기는 ‘족관절후방충돌증후군’, 힘줄에 통증을 느끼게 되는 ‘장모지굴건염’이 있다.
▲ 예방법은?
무용수들이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력강화 운동과 스트레칭이 필수적이다. 날씬하지만 힘과 유연성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무용수들은 되도록 병원을 자주 방문해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하지만 비시즌이 없는 무용의 특성상 평소에 병원을 찾는 일이란 쉽지 않다. 타고난 역량과 노력에 따라 족부 질환에 걸리게 되는 시기도 모두 다르다.
스포츠에서는 되도록이면 수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수시로 자신의 몸을 체크해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예방책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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