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순리대로 해야 한다.'
선두 SK가 생각지도 못한 역전패를 당했다. SK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경기에서 8-7로 앞선 9회말 2사 1,2루에서 터진 임재철의 끝내기 2타점 3루타에 8-9로 패했다.
8회초까지 8-5로 앞선 경기였다. 게다가 필승조 박희수와 정우람까지 투입된 경기. 그러나 '불펜 필수옵션'인 박희수는 이날 ⅔이닝 동안 2실점했다. 앞선 7회 2사 만루 위기는 잘 모면했지만 8회 들어 3안타를 맞고 2점을 내주고 말았다. 정우람 역시 8회 실점 위기는 잘 넘겼다. 하지만 9회를 막아내지 못했다.

확실한 필승조였던 박희수와 정우람이 무너졌다. 마지막 임재철의 끝내기 적시타는 정상적인 수비였다면 잡아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날 SK 패배는 충격이 더했다.
▲폭넓게 기용하라
SK는 평소 철저하게 투구수로 투수들을 관리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정해진 투구수 외에는 던지지 못하게 금지하고 있다. 만약 이를 어길 시에는 벌금까지 내야 한다. 부상이 많았던 팀인 만큼 보호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이만수 감독도 "하루 30개 던지면 사흘 연투가 가능할 수 있도록 하라"고 불펜진에 지시를 해둔 상태다.
하지만 중간 투수들은 경기에 나오지 않더라도 불펜에서 볼을 던지며 몸을 푸는 경우가 많다. 그 자체가 스트레스일 수 있다. 따라서 시즌 초반인 만큼 연투에 대한 부담을 많이 지울 필요가 없다. 박희수는 8~10일 사흘 동안 연투했다. 5월 들어 1-3으로 패한 지난 5일 문학 롯데전만 제외하고 6경기에 모두 나왔다. 두 번째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정우람은 '임시 마무리'다. 풀시즌 마무리 경험이 전무했다. 어느 정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반면 나머지 불펜들의 활용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이다. 박빙의 경기가 계속 됐고 신뢰할 수 있는 투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 전체를 놓고 볼 때 한 타자라도 승부를 맡겨 박희수와 정우람이 책임져야 할 이닝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순간에 연연하지 말라
SK는 9회 외야 수비를 당겼다. 내야와의 간격을 좁혀 빗맞은 안타 봉쇄와 더불어 홈 승부에 대비한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나마 김강민 정도의 국가대표급 외야수가 됐기 때문에 임재철의 타구를 따라갈 수 있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1점차였는데 수비를 당길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 관계자는 "1점조차 주지 않으려는 수비였다. 그렇게 되면 투수도 부담을 가지고 쫓길 수 밖에 없다"면서 "1점은 준다는 생각을 해야 했다. 안되면 연장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SK 코칭스태프가 욕심을 부렸다. 너무 주지 않으려는 생각이 컸다"면서 "결과적으로 1패 이상의 아픔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몇몇 이들은 "선발 투수 윤희상이 리드 상황을 지켜내야 했다", "포수 조인성은 송구, 정상호는 리드 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등의 지적을 했다.
야구는 결과론. 어떤 것도 정답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있다. 바로 '순리대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공격도 중요하지만 수비의 안정 여부에서 승패가 갈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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