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보기가 싫었나".
롯데 4번타자 홍성흔(36)은 지난 10일 사직 삼성전에서 화제에 올랐다. 절친한 친구 이승엽(삼성)과의 상봉 때문이었다. 이날 홍성흔은 4회말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10타석 만에 1루 베이스를 밟았다. 삼성 1루수로 있던 이승엽과 만난 홍성흔은 웃음을 감추지 못했고 1루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내 보기 싫었나"고 먼저 말문은 연 이승엽은 글러브로 입을 가친 채 "뛰라 왜 안 뛰노"라며 홍성흔에게 장난 걸었고, 홍성흔은 이승엽의 엉덩이를 만지며 티격태격했다. 11일 청주 한화전을 앞둔 홍성흔은 "승엽이 엉덩이가 너무 이쁘더라"며 농담을 던진 뒤 "쓸데없는 얘기를 너무 많이 하더라"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홍성흔은 "내가 1999년 신인왕을 받을 때 MVP가 승엽이었다. 그때부터 친해졌고, 대표팀에서 만나며 항상 함께 했다. 승엽이가 일본에서 재팬시리즈에 나갈때에는 직접 가서 응원도 했다. 그런 승엽이를 1루에서 만나니 기분이 정말 애틋했다. 너무 반가운 나머지 그런 장난도 치게 되더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둘 사이에 갑자기 침묵이 흘렀다. 롯데에서 히트앤런 사인이 났고 묘한 정적이 흐른 것이다. 결국 삼성 포수 진갑용의 송구에 걸린 홍성흔은 1루와 2루 사이를 오가다 태그 아웃되고 말았다. 1-1 팽팽한 동점 상황에서 도루 실패가 돼 찬물을 끼얹었다. 팀이 3연패 중이었기에 고참으로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 홍성흔도 이를 깨끗하게 인정했다.
홍성흔은 "그렇게 죽고 나서 기분이 쌔하더라. 팀이 3연패인데 고참으로서 집중하지 않은 보습을 보여줬다. 내가 잘못한 부분"이라며 "팀 성적이 좋으면 모르겠는데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런 장난을 치다가 죽으니 기분이 뜨끔했다. 내가 봐도 너무 오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홍성흔은 "승엽이한테 전화해서 앞으로 말 걸지 말라고 해야겠다. 잘못하면 2군에 갈지도 모른다"며 "이제 마누라 아니면 안 만질 것"이라는 농도 짙은 농담으로 주위의 폭소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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