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고 피어나는 꽃은 없다. 한 단계 더 올라서기 위해 쏟는 노력과 그 과정에서의 아픔이 있어야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는 법이다. 5년 전 단 하나의 피안타로 1실점 선발패했던 KIA 타이거즈 에이스 윤석민(26)을 상대로 데뷔 첫 완투와 1실점 패를 동시에 경험한 두산 베어스 우완 선발 이용찬(23)은 당장의 승리 대신 앞으로의 가능성을 내뿜었다.
이용찬은 지난 11일 광주 KIA전에 선발로 나서 8이닝 동안 111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3개) 1실점으로 쾌투를 펼쳤다. 그러나 상대 선발 윤석민이 9이닝 1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1개) 무실점 완봉승을 거두는 바람에 데뷔 첫 완투 경기가 패전이 되는 불운을 맛보았다.
2009년 26세이브(공동 1위)로 신인왕 타이틀까지 석권하며 2년간 51세이브를 올렸던 이용찬은 지난 시즌 5월부터 경기를 통해 선발 수업을 받은 뒤 올 시즌 본격적인 풀타임 선발의 길을 걷고 있다. 올 시즌 이용찬의 성적은 2승 3패 평균자책점 2.56(12일 현재)으로 승운은 없지만 투구 내용 만큼은 수준급이다.

데뷔 첫 완투패의 상대 투수 윤석민도 5년 전에는 이용찬처럼 불운했던 투수였다. 2005~2006시즌 KIA의 중간 계투와 마무리로서 가능성을 비쳤던 윤석민은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 가세했다. 그러나 그 해 윤석민은 7승 18패 평균자책점 3.78로 리그 최다패 투수의 불명예를 안고 말았다.
특히 그 해 4월 17일 문학 SK전은 윤석민이 단 하나의 안타를 내줬음에도 패전 투수로 기록된 운 없는 날이었다. 이 경기서 윤석민은 최고 149km의 직구와 변화구를 섞어던지며 SK 타선을 1피안타로 7회까지 묶었다. 그러나 승리투수는 6⅔이닝 동안 7개의 피안타와 3개의 사사구에도 무실점으로 KIA 타선을 묶었던 케니 레이번에게 돌아갔다.
3회말 최정의 볼넷과 정경배의 좌전 안타로 2사 1,2루를 만들었던 SK. 윤석민을 상대로 타석에 선 박재홍이 밀어친 타구를 2루수 김종국이 따라갔으나 공이 글러브에 들어갔다가 나오고 말았다. 그 사이 2루 주자 최정이 홈을 파고들었고 이것이 윤석민의 유일한 실점이었다. 김종국의 아까운 호수비는 실책으로 기록되어 이날 윤석민은 7이닝 1실점 비자책 패전을 떠안았다.
그러나 2008년 윤석민은 2.33의 평균자책점으로 타이틀을 획득하며 14승을 따냈고 지난 시즌에는 17승 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45의 성적으로 투수 4관왕(다승, 평균자책점, 승률, 탈삼진)에 올랐다. 2007년 1안타만 내주고도 실책으로 실점하는 불운 속에 최다패 투수로 아픔을 겪었던 윤석민은 이제 명실상부한 현역 최고 우완 선발 투수다.
당장의 패배를 아까워할 필요는 없다. 이미 이용찬은 국내 최고 우완 선발 투수와 대결을 펼쳐 그에 뒤지지 않는 호투로 2012시즌 최고 투수전 중 하나로 기억 될 경기를 펼친 우완 선발이 되었기 때문이다. 최고 구속은 140km대 중반으로 마무리 시절 던지던 최고 153km의 직구는 없었으나 대신 투심 패스트볼과 싱커, 포크볼 등을 앞세워 다양한 수로 상대 타자들을 제압했다. 운이 없었을 뿐 경기 내용으로는 또 다른 승리 투수로 놓기 충분했다.
경기 후 이용찬은 “멋진 대결이었다. 다음 대결에서는 반드시 이기겠다"라고 결의를 다졌다. 졌다는 데 미련을 갖고 타자들을 탓하기보다 좋은 투구를 펼쳤다는 점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느끼고 다음에 반드시 이기겠다는 투지를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김진욱 감독은 지난해까지도 마무리의 꿈을 간직하고 있던 이용찬을 선발로 돌리면서 “더 오래, 더 창대한 선수 생활을 하게 해주고 싶다. 우리 팀도 20대 젊은 에이스를 보유했으면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윤석민에게 뒤지지 않는 투수전을 펼치며 완투패를 기록한 이용찬. 그도 5년 후 윤석민 같은 에이스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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