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들은 카메라를 줌업했다. 롯데 포수 강민호의 미트에 포커스를 집중하고, 홈으로 달려오던 주자의 모습을 담을 작정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사진기자들은 깜짝 놀랐다. 주자의 예상치 못한 플레이에 셔터를 누르고 다시 확인했다. 주자가 갑자기 홈 앞에서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한화 최진행(27)은 절묘한 에어워크로 강민호 태그를 피해 세이프됐다. 이날 경기 결승 득점의 순간이었다.
11일 청주 한화-롯데전. 7-7 동점이 된 2사 1·2루에서 한화 오선진이 롯데 최대성을 상대로 우전 안타를 쳤다. 188cm 100kg의 거구 최진행은 2루에서 출발해 3루 베이스를 찍고 홈을 향해 전력질주했다. 그러나 강견을 자랑하는 롯데 우익수 손아섭의 홈 송구가 빠르고 정확하게 날아들었다. 포수 강민호의 미트에 공이 도착. 2루 주자 최진행은 완벽한 아웃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최진행이 전에 볼 수 없었던 놀라운 주루 플레이를 보였다. 전력질주로 가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마치 높이 뛰기하듯 껑충 뛰어올라 강민호의 태그를 넘은 것이다. 워낙 탄력이 붙은 상태로 착지와 함께 홈을 밟았다. 주심을 맡은 권영철 심판위원은 양 팔을 벌리며 세이프 판정했고, 최진행은 오른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의 세이프였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었지만 사실 오심이었다. 뛰어올라 홈으로 착지하는 과정에서 강민호의 미트가 최진행의 왼쪽 엉덩이를 먼저 터치했다. 그러나 심판이 제대로 확인할 수없는 각도였다. 예상치 못한 플레이가 워낙 짧은 순간 벌어졌고, 심판은 반사적으로 양 팔을 두 번이나 휘저었다. 보통 이 순간 심판들은 눈으로 식별하는 게 아닌 감으로 판정한다. 찰나의 순간이었고, 최진행의 집념이 심판마저도 홀리게 한 장면이었다.
경기 후 최진행은 "무조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타이밍이 슬라이딩으로는 세이프되기 힘들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미 3루를 돌았고 어떻게든 승부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런 플레이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최진행 스스로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플레이였고, 본능적으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만든 '에어워크'였다. 거구의 최진행이었기에 날쌘 점프는 놀라웠다. 최진행의 역전 득점 이후 한화는 4연속 적시타가 터지며 5득점을 추가, 0-7로 뒤지던 경기를 15-9 대역전승으로 장식했다. 분위기 반전 계기를 확실하게 마련했다.
최진행은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에 시달리며 팀의 추락을 지켜봐야 했다. 2군에서 열흘 넘게 조정 기간을 거쳤고, 1군으로 복귀한 후 5경기에서 17타수 7안타 타율 4할1푼2리 1홈런 3타점 4득점 3볼넷 1사구 5삼진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날 경기 뿐만 아니라 복귀 후 첫 2루타를 친 지난 8일 대전 KIA전에서도 2루를 향해 어떻게든 살고자하는 의지로 철퍼덕 하고 넘어지는 허슬 플레이를 펼쳤다. 그때도 최진행은 "내 다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마음이 급해 나도 모르게 그랬다"고 말했다.
그만큼 1군 복귀 후 하고자 하는 의지와 간절함으로 가득차 있다. 최진행은 "다시 1군에 올라온 만큼 새로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최진행의 간절함과 집념은 그 스스로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에어워크'라는 신기의 주루 플레이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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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