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응룡, 선동렬, 그리고 윤석민의 스토리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2.05.12 08: 38

전설의 역사는 되풀이 된다. 
20년 전 김응룡에게 선동렬은 필승이었다. 포커판에서 언제나 이길 수 있는 카드였다. SUN 카드를 내밀면 상대가 먼저 카드를 접었다. 2000년대 김인식에게 괴물 류현진도 마찬가지였다. 시침이 돌듯이 지금은 선동렬에게 윤석민이 그렇다.
선동렬은 85년 데뷔 이후 96년 일본 주니치에 입단할때까지 11년동안 김응룡 감독에게 전가의 보도였다. 처음에는 선발투수로 나갔다. 덕아웃에서 팔짱만 끼면 됐다. 20승, 0점대 방어율. 무적 투수로 타이거즈의 영화를 이끌었다.

선동렬은 90년대에 접어들자 소방수로 나섰다. 지금과는 달리 걸핏하면 3이닝씩 던지는 소방수였다. 선발투수들이 5회 또는 6회만 막아주면 김응룡 감독은 선동렬을 호출했고 그때마다 승리를 지켰다. 유명했던 타이거즈 10승 투수 6명은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윤석민은 그때와 다름없다. 2011시즌 윤석민은 4관왕을 따냈고 구단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다. 7년을 넘겼으니 해외진출 자격이 생겼다. 그 때 선동렬 감독이 부임했다. 미야자키 가을캠프에서 윤석민에게 함께하자고 권유했다. 이미 윤석민은 남기로 마음을 정했다. "선 감독님이 나를 더욱 강하게 해줄 것이다"는 말까지 했다. 의기투합이었다.
윤석민은 11일 광주 두산전에서 대기록을 세울 뻔 했다. 5회까지 퍼펙트, 8회 1사까지 노히트노런. 그러나 8회초 1사후 손시헌에게 안타를 맞고 노히트노런이 무산됐다. 바로 그 때 선동렬 감독은 마운드에 올랐다. 대기록이 무산되면 마음이 흔들리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알았다. 마운드에 올라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했고 윤석민의 마음을 잡았다.
1-0의 아슬아슬한 순간이었기에 윤석민은 집중력을 갖고 9회까지 경기를 마쳤다. 생애 두 번째 1피안타 완봉승이었고 이심전심의 호투였다. KIA는 11승2무11패를 기록하면서 승률 5할에 진입했다. 1위와는 1.5경기 차로 좁아졌다. 윤석민이었기에 가능한 승리였다.
윤석민은 올해 6경기에 등판했다. 그 가운데 4경기가 8이닝 이상을 던졌고 두 경기는 9이닝을 완투했다.  44⅔이닝 동안 8자책점, 방어율은 1.61.  감독이 이런 투수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타이거즈에서는 김응룡-선동렬, 선동렬-윤석민 뿐이다.
sunn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