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배두나의 감동 드라마 '코리아'가 이번 주말 일찌감치 100만 관객를 돌파하며 흥행 열기를 이어갈 참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주연배우들의 열연, 여기에 탄탄한 연출력을 더한 '코리아'는 '국가대표'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에 이은 또 한 편의 스포츠 흥행 대작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또 ‘코리아’는 5월 극장가 성수기를 맞이해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지키는 중이다. 지난 3일 막을 올린 '코리아'는 10일 개봉한 '다크 섀도우'에 잠깐 2위 자리를 내줬다가 바로 역전에 성공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코리아'는 11일 하룻동안 7만5765명 관객을 동원해 '다크 쉐도우'를 한 계단 끌어내렸고 누적관객 91만명으로 100만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그렇다면 5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코리아'의 관람 포인트 3가지는 과연 무엇일까.

1. ‘코리아’는 단순한 스포츠영화가 아니다.
‘우생순’은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들의 실화를 다뤘고, ‘코리아’는 남북 최초 단일 국가대표 팀의 실화를 다룬다. 겉으로 보면 완벽하게 스포츠영화 모양새를 하고 있는 두 영화지만, ‘코리아’는 스포츠 소재에 ‘남북 코드’를 가미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냈다.
‘우생순’은 핸드볼이라는 비인기 종목을 소재로 드라마를 구성했다. 비인기 종목의 드라마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자극을 선사한다. 변방에 머물렀던 그 스포츠들에게도 엄청난 우주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며 영화 속 주인공들에게 강하게 감정 이입하게 되는 것.
하지만 ‘코리아’가 관객들의 감정을 이입시키는 포인트는 다르다. 물론 ‘코리아’ 역시 그간 영화에서 잘 조명되지 않았던 탁구라는 비인기 종목을 재조명한 면이 없지 않지만, ‘코리아’는 탁구 그 자체 보다는 ‘남’과 ‘북’의 이야기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영화 초반 남북 단일팀을 이뤄 서로 화이팅을 외치는 것도 어색해 했던 현정화(하지원 분)와 리분희(배두나 분)가 마지막 헤어지는 버스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하냐. ‘편지할게’, ‘전화할게’ 라고도 못하고 어떻게 해야하냐”며 서로를 부둥켜안고 오열하는 장면은 관객들의 가슴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2. ‘코리아’는 개인사에 집중하지 않는다.
관객들이 스포츠영화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분명하다. 오합지졸 멤버들이 만나 결국은 힘을 합쳐 승리를 일궈내는 것을 보는 카타르시스. 때문에 ‘우생순’은 오합지졸 멤버들의 개인사를 파고든다.
남편과 이혼 후 홀로 아이를 키우며 남모를 속사정을 지닌 혜경(김정은 분)과 사업실패로 사채업자들에게 쫓겨다니는 남편을 둔 미숙(문소리 분), 행복한 듯 보이지만 불임으로 남모를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정란(김지영 분)을 한 팀으로 모은 이유는 이들이 승리를 거뒀을 때의 기쁨, 마치 이들이 겪은 모든 고통을 보상받는 듯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장치인 것이다.
하지만 ‘코리아’는 개인에 대한 설명은 최대한 배제한 모습이다. ‘우생순’처럼 개인의 인생사를 세세하게 그리다 보면 관객들은 ‘남’과 ‘북’이라는 상황보다 선수 개인의 상황에 더욱 몰입할 수 있기 때문. 물론 현정화의 아픈 아버지, 간염을 앓고 있는 리분희는 두 사람의 승리에 극적인 효과를 부여하지만 ‘우생순’이 주인공들의 개인사를 설명하는데 할애하는 시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간략하게 표현됐다.
이는 단순한 스포츠영화의 카타르시스를 넘어 궁극적으로 ‘남’과 ‘북’의 화합을 이야기하고자 한 ‘코리아’가 선수 개인 보다는 가치와 이념이 다름으로 해서 생기는 남한 팀과 북한 팀의 대립과 화합을 그리고자 했기 때문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3. ‘코리아’에는 풋풋한 로맨스가 있다.
‘코리아’ 속 남한 대표 연정(최윤영 분)과 북한 대표 경섭(이종석 분)의 풋풋한 로맨스가 20대 관객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보통 스포츠 영화라고 하면, ‘우생순’처럼 팀원들의 끈끈한 우정과 운명적 라이벌, 질투 등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코리아’는 여기에 20대 청춘 남녀의 설레는 로맨스를 넣었다. 보통 스포츠영화 속 러브라인은 자칫 사족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코리아’는 남한 처녀와 북한 총각의 로맨스를 어둡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정한 무게감으로 그리며 오히려 영화의 주제를 부각시키는 영리한 작전을 펼쳤다.
남한과 북한 청춘남녀들의 삼팔선을 넘어선 사랑은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되어 왔다. 영화 ‘쉬리’를 시작으로 ‘간첩 리철진’, ‘남남북녀’, ‘풍산개’ 등은 두 국가 간의 금지된 사랑을 그리며 여성 관객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실제로 ‘코리아’ 또한 여성관객들이 예매를 주도한다는 분석이 나온 것은 ‘코리아’ 속 가슴아픈 연정을 마음에 품은 두 사람의 애절함이 어느정도 통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처럼 ‘코리아’는 ‘한국형’ 스포츠 영화의 탄생이라고 할 만큼 스포츠 영화라는 장르가 한국 정서에 강하게 녹아든 작품이다. 여기에 각각 ‘해운대’와 ‘괴물’로 각각 천만 관객을 동원했던 ‘천만배우’ 하지원과 배두나의 티켓파워와 최윤영, 이종석, 한예리 등 조연들의 연기가 뒷받침되면서 자칫 뻔할 수 있었던 스토리마저 진부하지 않게 느끼게끔 몰입도를 높인다. 이것이 바로 ‘우생순’에 감동했던 관객들까지 다시 극장가로 불러들이는 ‘코리아’의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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