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100일을 넘긴 MBC 내부가 진흙탕이 되어가는 모양새다. 지난 10일 양승은, 최대현 아나운서에 이어 11일 배현진 아나운서까지 노조를 탈퇴하고 방송에 복귀한 가운데 박경추 아나운서와 전종환 기자 등 동료(?)들이 비난의 화살을 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 아나운서는 '뉴스데스크' 복귀에 앞서 지난 11일 MBC 사내게시판을 통해 노조를 탈퇴하고 방송에 복귀하는 자신의 변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보도 제작 거부로 자연스레 파업에 동참하게 된 이후 동료들의 뜻을 존중했고 노조원으로서의 책임도 있었기에 그저 묵묵히 지켜봐왔다. 그 길고도 짧은 시간동안 진실과 사실 사이의 촘촘한 경계를 오가며 무척이나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는 그녀는 "그렇게 100여 일이나 흘렀다. 처음으로 내 거취에 대한 '선택'을 한다. 더 이상은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적어도 뉴스 앵커로서 시청자 이외의 그 어떤 대상에도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고 소신을 전했다.
이를 두고 박 아나운서는 12일 새벽 자신의 트위터에 "사실 그 친구들의 성향과 그간의 행태는 아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놀랍지 않다는 것을 이제서야 밝힙니다. 저희 단단합니다"라며 노조를 탈퇴한 일부 아나운서들을 비꼬는 듯한 글을 올린 뒤 "어제 5월 11일은 두고 두고 오랫동안 기억할 날...당신의 선택...후회가 되지않는다면 두고두고 후회하리라"면서 지난 11일 '뉴스데스크'로 복귀한 배 아나운서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이후 전 기자 역시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파업을 접는 배현진 앵커의 변을 보고 처음엔 화가 나다 다시 보고는 피식 웃음이 났다. 그녀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녀는 애당초 앵커자리를 비우고 싶은 마음이 없던 거다..(후략)"고 배 아나운서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디스했다.
이들은 불과 며칠 전까지 함께 노조 파업에 동참하며 뜻을 모아왔던 동지들이다. 물론 내부적인 이견과 마찰이 존재했을 수도 있을 것이고 결국 개개인의 선택에 따라 각자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이를 지켜보는 대중의 심정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다. 노조 파업에 뜻을 모았던 이들 중 일부가 뜻을 철회했다는 이유로 한 방송사내에서 할퀴고 헐뜯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티즌 사이에서도 파업 철회가 소신이냐 배신이냐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힘을 합쳐 뜻하는 바를 이루고자 했던 MBC 노조원들의 미래가 점점 안개속이다. 파업은 끝날 줄을 모르고 노조원들 사이에서도 서서히 피로감이 누적되고 회의론도 고개를 드는 모양이다.
한편 지난 1월 30일,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작된 MBC 노조의 파업은 어느덧 100일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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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추-배현진 아나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