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5회부터 시작이야".
김시진(54) 넥센 히어로즈 감독도 알고 있었다.
넥센 팬들 사이에는 '약속의 8회'라는 게 있다. 넥센이 유독 8회에 점수를 많이 낸다는 점에서 팬들이 붙인 말이다. 넥센은 실제로 올해 25경기 129득점 중 8회에만 25점을 뽑아 전체 팀 득점의 19.4%를 차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26일 잠실 LG전. 넥센은 7회까지 1-6으로 끌려가다 8회 박병호의 투런포를 시작으로 4점을 올린 뒤 9회 4점을 더 몰아치며 9-7 승리를 거뒀다. 넥센은 지난 11일 문학 SK전에서도 4-2 근소한 우세를 이어가던 중 8회 3점을 달아나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김 감독은 승리 후 "선수들이 8회에 3점을 뽑은 것이 승인"이라고 밝혔다.
다음날이 12일 문학구장. 김 감독은 "다른 팀들은 5회 앞서면 승리라는데 우리는 5회부터 시작"이라고 말하며 "기록을 한 번 찾아봐달라. 우리가 아마 8회에 가장 점수를 많이 뽑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문제는 8회에 내주는 점수도 가장 많다는 것. 넥센 투수진은 25경기 125실점 중 8회에 가장 많은 22실점을 허용했다. 김 감독은 "우리는 6~7점씩 앞서거나 뒤쳐져 있어도 승패를 알 수가 없다. 8회가 넘어가야 이제 좀 안심해도 되겠구나 생각한다"며 애간장을 졸이는 심경을 밝혔다.
그래도 안심해도 되는 것은 넥센의 뒷심이다. 넥센은 올 시즌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역전승(5승)을 거뒀다. 연장승은 2번(1패)이 있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져도 지지 않을 것 같은 끈기가 생겼다"며 선수들의 달라진 모습을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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