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김주찬(31)은 12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허벅지에 얼음찜질을 하고 있었다.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그는 "벤치에서 열심히 박수치는게 오늘의 임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당장이라고 경기에 나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현실상 쉽지가 않았다. "타격 페이스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데"라면서 입맛을 다신 그는 벤치를 지켜야 하는 자신의 모습이 싫은 듯 했다.
8개 구단 최고의 준족으로 손꼽히는 그는 "대기록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했다. 개인 통산 300도루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11일까지 274차례 베이스를 훔친 그는 "올해 300도루는 반드시 달성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준족으로서 300도루 달성 여부는 자존심과 직결된다.

"그동안 제대로 뛰지 못했는데 허벅지 상태가 완쾌되면 거침없이 달릴 것"이라고 폭탄 선언까지 했다. 개인 통산 1000경기 출장 및 1000안타 달성 또한 김주찬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목표다. 큰 부상이 없는 한 올해 안에 달성할 전망이다.
롯데는 6일 문학 SK전 이후 4연패에 빠진 상태. 성적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팀분위기는 여전히 좋다는게 김주찬의 설명. "좋은 분위기가 조성돼야 연패도 빨리 벗어날 수 있다"는 김주찬은 "좋은 분위기 속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법"이라면서 "선배들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도록 솔선수범한다"고 전했다.
김주찬은 올 시즌이 끝난 뒤 생애 첫 FA 자격을 얻게 된다. '50도루 보증 수표'라고 표현할 만큼 주루 능력이 뛰어난 오른손 외야수 김주찬은 FA 시장에서 고평가를 받을게 확실하다. 정작 본인은 "FA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했다. 시크한 김주찬다운 대답이었다. 그는 "FA라는게 신경쓴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자칫 하면 의욕만 앞서 다칠 수 있다. 일단 안 다쳐야 한다"고 부상 방지를 최대의 적으로 여겼다.
이날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김주찬은 경기 후반 대타로 나서 6-4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0-2로 뒤진 7회 2사 후 황재균이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열자 롯데 벤치는 문규현 대신 김주찬을 투입했다. 팬들의 박수 갈채 속에 첫 타석에 들어선 김주찬은 깨끗한 우전 안타로 벤치의 믿음에 보답했다. 그리고 대주자 신본기에게 바통을 넘겼다.
그의 한 방이 없었다면 롯데는 연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더욱이 부상 투혼을 발휘하면서 때려냈기에 더욱 값진 안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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