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가 벌어진 13일 잠실구장.
LG가 2-0으로 앞서가던 경기는 7회 유격수 오지환의 실책이 빌미가 돼 삼성이 3-2로 경기를 뒤집었다. 그리고 9회말 마운드에는 삼성 마무리 오승환이 올라왔다. 올 시즌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오승환은 첫 타자 정성훈에 우전 2루타를, 이병규에 중전 안타를 잇달아 허용하며 무사 1,3루로 재차 위기에 몰렸다.
LG가 동점을 만들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여러가지였다. 무사 1,3루면 꼭 안타가 나오지 않아도 된다. 희생플라이, 스퀴즈, 평범한 내야땅볼 등 선택지는 많았다. 심지어 땅볼에 이은 병살타가 나온다 하더라도 경기는 동점, 오승환의 블론 세이브는 추가될 상황. 그렇지만 결국 LG는 내야땅볼-뜬공-삼진으로 무득점에 그치며 그대로 경기에서 패했다.

3루쪽 강습타구에 홈으로 뛰어든 정성훈의 선택은 잠시 제쳐둔다 해도 무사 1,3루에서 점수를 내지 못한 LG는 아쉬움에 땅을 쳤다. 무사 1,3루면 야구를 지켜보는 이들은 어지간하면 점수가 날 것 같다고 짐작을 한다. 그렇다면 과연 LG가 이 상황에서 점수를 못 낼 확률은 어느 정도였을까.
야구의 본토 미국에는 세이버매트릭스(야구통계학)이 발달해있다.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인 존 손(John Thorn)은 2004년 이라는 책을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1980년부터 2003년까지 주자 상황별 득점 확률을 계산해 표로 정리했다. 여기서 도출된 득점 확률은 최근 메이저리그는 물론 우리 프로야구의 비율과도 큰 차이가 없다고 알려졌다.
이 자료에 따르면 무사 1,3루에서 단 한 점이라도 날 확률은 84.3%다. 즉 점수가 안 날 경우는 15.7%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LG는 후속타 불발로 15.7%의 확률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경기를 뒤집지 못한 LG는 시즌 14승 14패로 정확히 승률 5할이 됐고, 간신히 승리를 거둔 삼성은 주간성적 4승 1무 1패로 상위권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같은 날 SK 와이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있었던 문학구장도 비슷한 숫자놀이에 희비가 갈렸다. 이날 넥센은 빈타에 시달리며 9회말 2사까지 0-1로 뒤지고 있었다. 패색이 짙어가던 상황에서 강정호는 SK 투수 엄정욱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 솔로포를 터트렸다. 본인의 시즌 10호 홈런이자 이 부문 단독선두로 치고 나가는 홈런이었다.
손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득점이 발생할 확률은 단 6.1%. 단타 3개가 연달아 나오거나 장타 하나와 단타 하나, 아니면 아예 홈런이 나와야하니 분명 드문 상황임엔 틀림없다. 그렇지만 넥센의 기쁨도 잠시, 연장 11회말 SK는 1사 이후 유재웅의 볼넷과 박정권의 안타, 그리고 임훈의 끝내기 안타로 2-1로 승리를 거뒀다. 1사 주자없는 상황서 득점이 발생할 확률은 14.8%다. 결국 LG와 SK는 15% 안팎의 확률에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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