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라이벌'이 써내려간 극적인 우승 드라마
OSEN 김희선 기자
발행 2012.05.14 09: 21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팬에 있어 2011-2012 시즌은 두고 두고 회자될 명승부의 시즌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 싶다.
EPL 역사상 유례 없이 치열했던 '맨체스터 라이벌'의 우승 경쟁은 결국 맨체스터 시티의 몫으로 돌아갔다. 14일(한국시간) 새벽 끝난 '2011-2012 EPL' 최종전 38라운드 경기가 모두 끝난 순간 맨체스터 시티의 팬은 그라운드로 뛰어내렸다. 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은 고개를 떨구고 아쉬움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날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승점 86점으로 동점을 기록하며 골득실 차로 1위를 지키고 있던 맨시티와 '추격자' 맨유는 각각 홈인 이티하드 스타디움과 적지인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퀸스 파크 레인저스(QPR)와 선덜랜드를 상대로 최종전을 치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들의 상대는 이들 자신이나 마찬가지였다. 경기 내내 양 팀의 감독과 선수들은 물론 팬도 상대방의 경기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반 19분 루니의 선제골로 1-0으로 앞서간 맨유는 이후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터진 파블로 사발레타의 골 소식에 다급해졌다. 그러나 후반 시작과 동시에 맨시티가 수비 실수로 지브릴 시세에게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를 찾은 맨유의 원정팬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선덜랜드 팬과 마찰을 빚을 정도로 고양된 분위기는 후반 21분 터진 QPR 제이미 매키의 골로 더욱 뜨거워졌다.
그러나 후반전 내내 만회골을 터뜨리지 못하며 1-2로 끌려가던 맨시티는 추가시간에 기적의 드라마를 쓰며 맨유의 희망에 찬물을 뿌렸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철벽수비를 펼친 QPR을 뚫고 에딘 제코와 세르히오 아게로가 연속 골을 성공시키며 극적인 역전승에 성공한 것.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울려퍼진 승전보로 인해 최종전에서 승리하고도 20번째 리그 우승을 눈 앞에서 놓친 맨유는 올 시즌 무관의 아픔을 달래며 다음 시즌을 위해 와신상담하게 됐다.
한편 1967~1968 시즌 이후 44년 만의 리그 우승을 가장 극적인 역전승으로 일궈낸 맨시티는 팀 사상 3번째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그라운드로 뛰어내린 팬과 함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눈물과 환희로 마감했다.
우승컵을 품에 안은 쪽은 맨시티지만 맨유 없이는 이만큼 짜릿한 드라마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맨유 역시 비록 우승컵을 내주고 말았지만 시즌 마지막 순간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드라마의 또다른 주인공으로서 전세계 축구팬을 열광시켰다.
얽히고 설킨 승부의 실타래가 만들어낸 명승부의 드라마는 2011-2012시즌이 왜 'EPL 출범 20주년 기념 어워드'가 선정한 최고의 시즌으로 손꼽히는지 그 이유를 증명했다. '맨체스터 라이벌'이 만들어낸 짜릿한 명승부는 오래도록 EPL 팬의 가슴에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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