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건모가 MBC 예능 프로그램 ‘일밤-나는 가수다2’(이하 ‘나가수2’)에서 지르는 창법을 배제한 잔잔한 편곡만으로 상위권에 안착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김건모는 지난 13일 오후 방송된 ‘나가수2’에서 피아노 앞에 앉아 감미로운 목소리로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담담하게 불러 상위권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방송에서 6명 가수들의 무대가 모두 끝난 뒤 5월의 가수전에 진출할 마지막 가수로 김건모가 호명되자 시청자들은 ‘반전이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물론 김건모가 ‘나가수1’에서 재도전으로 물의를 빚어 중도 하차한 아픔을 겪었기에 그의 이달의 가수전 진출 자체가 시청자들에게는 짜릿한 감동으로 다가왔을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나가수1’에서는 청중평가단이 고음을 지르는 가수들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경향으로 일명 ‘막귀 논란’까지 낳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날 김건모의 상위권 진출은 더욱 의외로 다가온다.

MC 노홍철이 5월의 가수전에 출전하게 될 3인 중 2인 발표를 남겨 두고 객석을 향해 “누구일 것 같냐”고 질문하자 객석에서 박완규와 정인의 이름이 크게 들렸던 현장 분위기도 이를 방증한다. 이에 노홍철은 “6명 가수 분이 골고루 나올 줄 알았는데 박완규 씨 정인 씨 이름이 크게 들린다”며 마지막까지 “이 분은 건강미 넘치는 분이다”라는 멘트로 그 주인공이 폭발적인 록, 재즈, 삼바를 결합해 환상적인 고음을 선보인 정인이 될 것 같은 분위기로 몰아가기도 했다.
이같은 반전은 김영희 PD의 예상이 적중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나가수1’이 청중평가단을 사로잡기 위해 고음 일색의 편곡으로 지루함을 안겨줬다는 사실을 제일 잘 알았던 김PD는 지난 달 제작발표회 당시 “고음 지르기 편곡을 없애기 위해 시청자 문자 투표를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음에만 좋은 점수를 주는 일명 ‘막귀 논란’을 잠재우는 한편 시청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것.
물론 김건모가 현장평가단과 재택평가단(문자투표) 중 어느 쪽에서 더 높은 득표수를 기록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이는 “어차피 현장평가단과 문자투표 점수를 합산해서 최종 점수를 매기는데 가수들에게 누구는 몇 점을 받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가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흥미를 끌기 위해 점수를 공개하고 싶지 않다”고 밝힌 김PD의 소신 때문.
김건모는 사전인터뷰에서 "언제 들어도 뭉클해지고, 내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가사의 노래"라며 선곡 이유를 밝혀 숙연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무대에 오른 그는 직접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했다. 무엇보다 무대 전에는 그의 연이은 강행군 일정을 보여주는 VCR 화면이 방송을 탄 상황. 시청자들은 생방송 경연 전날 2회의 콘서트에서 총 52곡을 소화한 김건모의 목 상태를 걱정했지만, 그는 악조건 속에서도 생방송 무대를 완벽하게 만들어 내 시청자들의 표심을 자극하지 않았을까 풀이된다.
더불어 김건모만이 가진 편안한 목소리는 김건모의 애절한 표정과 몸짓 하나까지 세세하게 잡아낸 화면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노래 가사를 더욱 와닿게 만드는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브라운관 너머로 전해진 그의 진심이, 지르지 않아도 통하는 ‘나가수2’의 새로운 매력을 만들어 내며 시즌1과의 차별화를 이루는데 성공한 것임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번 결과로 인해 오는 20일 열릴 고별 가수전에서는 가수들이 과연 어떤 선곡을 하고 어떤 창법을 선보일지 벌써부터 시청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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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2'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