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하겠다".
한화 7년차 무명 포수 정범모(25)가 뜨고 있다. 정범모는 지난 12~13일 대전 롯데전에서 2경기 연속 선발 출장했다. 신경현과 최승환이 나란히 2군으로 내려간 가운데 한대화 감독은 대놓고 정범모를 밀어줄 태세다. 지난해까지 1군 출전이 10경기밖에 되지 않았던 정범모에게는 큰 기회. 포수 리빌딩이 시급한 한화로서도 하드웨어가 좋고 잠재력이 풍부한 정범모가 커야 한다.
정범모는 13일 경기에서 동기 류현진과 배터리로 호흡을 맞추며 팀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정범모는 "현진이가 워낙 베테랑 아닌가. 경기 전부터 '편하게 던지도록 다 잡아주고 막아줄테니 사인은 네가 편한대로 하자'고 이야기했다. 호흡이 잘 맞았다"고 말했다. 이날 류현진도 "범모와 처음 맞췄는데 머리를 굴려가며 볼 배합했다. 범모가 편하게 해줘 잘 던질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사실 정범모는 고교 시절 유망주였다. 청주기계공고 출신으로 지난 2006년 2차 3번 전체 18순위로 한화에 지명됐다. 3학년 때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을 정도였다. 그러나 프로 입단 후 이렇다 할 기회를 잡지 못했다. 군복무를 마친 지난해에도 팔꿈치 수술후 재활을 받으나 실전감각이 부족했다. 하지만 지난해 중반부터 2군 경기에 뛰기 시작했고, 2008년 이후 4년 만에 스프링캠프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올 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정범모는 "1군 경기에 나가니 기분이 좋고,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아직 난 부족한 게 많은 선수다. 매경기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야 한다. 블로킹이나 투수리드에서 배워야 할 게 많다"고 자신을 낮췄다. 강견이기 때문에 상대가 쉽게 도루를 시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투수들이 워낙 잘 던져줬기 때문에 상대가 타이밍이 잡지 못한 것"이라며 모든 공을 투수에 돌렸다. 이른바 '포수 마인드'를 제대로 갖추고 있다.
특화된 장점도 있다. 포수답지 않게 빠른 발이다. 주말 3연전에서 도루를 2개나 성공시켰다. 정범모는 "사인이 나서 뛴 것"이라면서도 "포수는 항상 느리다고 생각하는데 상대의 허를 찌르고 싶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만의 장점을)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발 빠른 선수가 많지 않은 한화에서는 분명 희소가치가 있는 선수. 그것도 포수 포지션이라면 더 특별하다.
승부근성도 갖췄다. 13일 롯데전 8회 삼진 당한 후 헬맷을 벗어 누군가를 향해 인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범모는 "누구에게 인사를 한 게 아니다. 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코치님들과 형들이 '괜찮다, 수비를 잘하고 있지 않냐'라고 위로해줘 고마웠다"고 설명했다. 그는 "타격이 생각보다 맞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지만, 한대화 감독은 "힘있게 돌린다. 많이 좋아졌다"고 호평을 내렸다.
당분간 주전 포수로 계속 기회를 받게 될 정범모는 "내가 주전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주어진 기회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며 "투수들이 원하는 포수가 되고 싶다. 투수들이 마음 놓고 편하게 던질 수 있는 포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정범모가 한화의 차세대 안방마님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이번주 발 빠른 선수가 많은 두산과 SK를 상대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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