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세 구단', 9구단 체제 훈련 부족 우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5.15 10: 40

2013년 새 구단 NC 다이노스의 참여와 함께 페넌트레이스 일정을 짜야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머릿속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하루 4경기 중 한 팀이 손을 놓는 현상이나 원정 9연전 등만이 아니라 잠실벌 두 팀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와 아마추어 경기도 치르는 목동을 안방 삼는 넥센 히어로즈의 훈련 부족 현상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KBO 이사회는 지난 8일 제10구단 창단은 보류하고 9구단 NC의 1군 진입 시기를 2013년으로 결정했다. 창단 결정 이후 확실하게 채비를 갖춰왔고 선수단은 '1년 후 1군 진입은 시기 상조'라는 일각의 의견에 더욱 투지를 불태우며 퓨처스리그 남부리그 전적 17승 8패(14일 현재)로 2위 KIA(11승 3무 10패)에 4경기 차로 앞서 있다.
짝수 구단 구도가 갖춰지지 않으면서 다른 8개 구단이 경기를 펼칠 때 손 놓고 주변인이 되는 1구단이 생기게 되었다. 특히 2013시즌 두산과 LG, 넥센은 '일 없는 날' 어디서 훈련해야 할 지 모르는 일을 접할 수도 있다.

가령 LG가 잠실 홈경기를 치르고 두산 퓨처스팀이 훈련장인 경기도 이천 베어스파크에서 퓨처스리그 경기를 치른다고 생각해보자. 그렇게 되면 두산 1군 선수단은 혼자 쉬는 사흘 동안 어디서 언제 훈련을 해야 할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평일 오후 6시 30분 경기 개시라면 홈 팀은 오후 1시 이후 훈련을 개시한다. 따라서 경기를 쉬는 잠실 연고팀은 아침 일찍 잠실구장에서 모여 단체 훈련을 한 뒤 홈경기 팀이 오기 전 훈련을 마치고 철수하면 된다. 이론은 그렇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다. 대체로 프로야구 선수들은 야간 경기에 맞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 패턴을 보여준다. 그만큼 시즌 중 선수들은 아침 식사가 아닌 아침 겸 점심을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후 2시 경기만해도 홈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이 오전 10시 이전에 구장으로 집합하는 만큼 그에 대해 고충을 토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 야구인은 "대체로 투수보다 주전급 타자들이 오후 2시 경기에 고전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공에 대한 반응 속도가 미묘하게 느려지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홈구장을 타 팀과 공유하지 않는 팀은 그래도 훈련 장소가 확보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9구단 체제에서 1군과 퓨처스리그 일정이 미묘하게 겹쳐버리면 결국 잠실 연고 한 팀이 아침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되어 생활 패턴이 살짝 흔들릴 수도 있다.
좀 더 범위를 넓혀 아마추어 경기와 쉬는 날이 겹칠 때 목동구장을 안방으로 쓰는 넥센 히어로즈는 더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퓨처스팀 홈구장인 베이스볼파크는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전남 강진에 위치하고 있다. 그곳에서 퓨처스팀이 원정을 떠난 동안 훈련하려면 큰 맘 먹고 사흘 짜리 전지훈련을 떠나야 한다. 차라리 이 경우는 훈련장이라도 확보되어 있는 편이다.
만약 2013시즌 중 아마추어 경기가 몰려서 열리고 퓨처스팀의 홈경기가 겹치며 넥센이 쉬는 날이 되면 이 또한 방도가 없다. 아마추어 야구의 요람이 될 고척동 돔구장의 완공 예정 시기는 빨라야 2013년 말이다. 다행히 횟수는 적지만 만약 고교야구 주말리그 왕중왕전 4경기가 목동에서 한꺼번에 열리고 퓨처스리그 홈경기까지 겹치면 넥센 선수들은 이론 상 목동에서 주말 새벽에 이슬 맞으며 훈련하거나 심야 훈련을 해야 한다.
한 잠실 연고 구단 관계자는 "진짜 그 부분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다"라고 밝혔다. 실제 선수들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생활 패턴이 사흘 동안 당겨진다는 것은 경기력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치료 기간이 긴 부상을 입었을 때나 경기력이 극도로 해이해져 문책성 교체 카드를 꺼내들 때가 아니면 웬만해서 주전급 선수들을 2군으로 내려보내지 않는 이유 중 바로 이 생활 패턴도 무시할 수 없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까짓 것 일찍 일어나서 훈련하면 되지"라며 코웃음 칠 수 있는 일. 그러나 1주일에 6일 동안 벌어지는 야구는 생체 리듬에 굉장한 영향을 받는 스포츠다. 사소한 징크스에도 목숨을 거는 선수들이 의외로 많으며 일정한 생활 패턴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선수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다. 
서울 세 구단 선수들의 패턴 파괴도를 최대한 줄이려면 KBO에서 굉장히 머리를 굴려야 할 것 같다. 춘천 의암구장이나 수원야구장 등 최근 몇 년 간 프로야구가 도외시했던 구장에서 1군 경기는 치르지 못하더라도 퓨처스리그 경기가 가끔씩 열리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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