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답보 상태다. 유아인, 신세경, 이제훈, 소녀시대 유리 등 화려하고 젊은 배우들이 총출동해 제작전부터 국내외로 화제를 모았던 SBS 월화극 '패션왕'이 시청률 10%대 진입에 애를 먹으며 시청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15일 오전 시청률 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4일 방송된 '패션왕'의 시청률은 전국 기준 9.5%를 기록했다. 3월 19일 방영을 시작한 이래로 17회까지 전개된 현재까지도 9%대에 머물고 있다. 전작 '샐러리맨 초한지'가 시청률 20%를 넘겼던 것과 비교하자면 초라한 성적이다.
'패션왕'은 왜 기대와 달리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할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지나칠 정도로 비현실적인 등장인물의 멜로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극 중 초반 영걸(유아인 분)은 자신 회사의 여직원 가영(신세경 분)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며 챙겨주는 모습을 보여 두 사람의 핑크빛 미래를 예고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영걸은 우연히 만난 디자이너 안나(유리 분)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안나의 연인이었던 재혁(이제훈 분)은 이런 영걸에게 분노하며 복수심에 가영을 만나며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됐다. 결국 가영을 잊지 못한 영걸은 안나를 매몰차게 버리고 다시 가영에게 돌아오고, 가영 또한 재혁과의 로맨스는 애당초 없었다는 듯이 영걸과 만나고 있다.
안나는 두 남자에게 버림받고, 재혁은 한 여자를 버리고 한 여자에게는 반대로 버림받았다. 영걸은 두 여자 사이를 오가며 카사노바로서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으며 신세경도 여기저기 간(?) 보고 다니는 여우 같은 여자가 됐다. 이렇게 '사랑'을 가볍게 여기는 작가의 쿨함(?) 덕분에 '패션왕'은 '현실성 떨어지는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았고, 시청자에게 외면을 받게 된 드라마가 됐다.
그렇게 되면서 결국 '패션왕'은 '천일의 약속', '샐러리맨 초한지'로 월화극 랑데부 홈런을 쳤던 SBS 드라마국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패션왕'의 줄거리는 '동대문시장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공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줄거리만 보고 있노라면 성공에 대한 야망에 가득 찬 인물이 등장해야 하지만, 4명의 주인공은 일은 뒤로한 채 사랑만 갈구하고 있다.
'패션왕'의 문제는 스토리다. 앞으로 3회분이 남았다. 남은 분량은 원래의 스토리대로 공감 가지 않는 사랑은 제쳐놓고 '성공에 대한 젊은이들의 야망'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은 그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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