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대한민국 감성주의 모던록 밴드로 우뚝 선 넬. 넬은 최근 4년 만에 신보를 발표하고 또다시 잔잔하게 청춘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넬은 지난 달 10일 5집 앨범 ‘슬립 어웨이’를 발매, 4년 공백기를 무색케 할만큼 많은 판매량과 화제를 모았다. 귓속말 하듯 달달한 음색과 마음을 차분히 하는 멜로디는 아이돌 음악이 넘쳐나는 현 시대에 단비와도 같았다.
앨범 ‘슬립 어웨이’는 흘러가는 시간, 사람 등 우리 주변에서 멀어지는 것들에 대한 공허함을 담아낸 음반. 타이틀 곡 ‘그리고, 남겨진 것들’은 인생의 아프고 힘든 감정과는 다소 공허함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이 곡에는 넬 특유의 공감어린 가사와 감정이 담겨있어,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기도 했다.

최근 만난 넬은 그들의 음악처럼 차분하고 담백한 인사로 기자를 맞이 했다. 인터뷰 내내 넬은 시적인 문구로 답하며 감성 밴드의 면모를 한껏 뽐냈다. 그들의 음악에 목말라하는 팬들의 원성에도 불구, 4년 만에 음반을 들고 나온 이유와 소감을 물었다.
“우선 4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나와 기분이 좋아요. 활동을 오랫동안 쉰 것이 처음이라 음악에 대한 갈망이 있었어요. 또 최근에 단독 콘서트를 했는데 우리 음악을 기다려 준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공연장에 가니까 많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어서 좋았죠. 4년이나 걸린 이유는 녹음실에서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편곡과 녹음이 끝나는 순간 더 이상 만질 수 없다고 생각하니 계속해서 신경쓰게 되더라고요. 이제는 팬들도 이런 우리를 이해해주세요.(웃음)” (김종완)
넬의 이번 앨범은 좀 특별하다. 그들은 폴 매카트니, 노라존스, 뮤즈, 존 메이어와 같은 세계적인 가수들이 녹음작업을 한 뉴욕의 아바타 스튜디오에서 이번 앨범 곡을 녹음했으며, 마스터링은 런던 메트로폴리스 스튜디오에서 진행했다. 넬 역시 세계적인 뮤지션들이 작업하는 곳에 입성, 완성도 높은 앨범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제는 사운드에 욕심이 생겼어요. 더 많은 뮤지션, 좋은 장소에서 곡 작업을 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거든요. 아바타 스튜디오는 그런 행보의 첫 시작이죠. 한국과 해외 작업에 그렇게 큰 차이가 있을까 생각했는데 차이가 확실히 있더라고요. 해외 작업에서는 특별한 주문 없이도 우리가 원하는 색깔이 나왔어요.” (이재경)
넬은 4년 만에 가장 신경쓴 것으로 ‘선곡’을 꼽았다. 개성은 있되 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지론이었다. ‘슬립 어웨이’에 수록된 곡을 들을 때 전체적으로 한 음악처럼 느껴지길 바랐다고. 넬이라하면 감성 밴드라는 특정 색깔이 있다. 그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을까.
“우리 스스로에게는 부담감이 있죠. 모든 상황을 만족시킬 수는 없잖아요. 듣는 사람드링 우리 음악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우리의 변해가는 모습도 넬이잖아요. ‘넬이니까 이래야해’는 아닌 것 같아요. 우리가 스스로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것이고 그것이 넬이죠.” (김종완)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보컬 김동완이 주도적으로 답을 했다. 다른 동료들은 묵묵히 그의 답에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멤버 개개인의 생각이 멤버 전체의 생각을 대신하던 것. 이들은 어느덧 15년을 함께 했다.
“4집에서 5집을 내는 동안 어느덧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갔네요. 달라진 것이 있다면 쳐지는 피부? 하하.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서는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느낌이에요. 나이가 드니까 무엇 때문에 음악을 하는지 알게 된 것 같아요. 우리 넷은 98년 말부터 같이 했어요. 거의 15년이 다되가네요. 함께 있다보니 어제가 오늘 같고 그래요. 멤버간에 트러블이 있은 적도 별로 없지만 서운한 점이 있으면 술 한 잔에 털어버려요. 음악적으로 서로 통하는게 많죠.” (이재경)
넬의 다음 앨범이 벌써부터 기다려졌다. 쏟아지는 말들이 온통 시인같았던 이들의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었을까.
“다음 앨범은 40전에 꼭 낼게요.(웃음) 늙을 때까지 음악을 계속 하고 싶어요. 초심을 잃지 않는 거이 중요하죠. 음악하는 것이 일로서 다가오지 않아요. 우리가 좋아하는 것이고 꿈꾸던 것이니까요. 앞으로 계속 즐겁게 음악하는 우리 넬 지켜봐주세요.”(김동완)
goodhmh@osen.co.kr
울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