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올 시즌 나란히 독일과 스위스 무대서 맹활약한 구자철(23, 아우크스부르크)과 박주호(25, 바젤)의 예를 들며 한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최강희 감독은 지난 14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주영과 지동원, 구자철 등 해외파 선수들의 한 시즌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최 감독은 직접적인 대답을 피하면서도 “새삼 구자철과 박주호를 보면서 팀 선택을 정말 잘 해야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즉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의 선수라 하더라도 외국 리그에 진출한 뒤 실질적으로 경기를 많이 뛰지 못하면 그곳이 세계 최고의 리그라도 선수 개인의 발전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실제 올 시즌 유럽에서 뛰는 한국 선수들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국가대표팀의 간판 스트라이커인 박주영은 지난 여름 프랑스 AS 모나코를 떠나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인 잉글랜드 아스날에 입단했지만 리그 단 1경기 출장에 그치며 철저히 소외당했다. 19경기에 출장한 지동원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지만 마틴 오닐 감독 취임 이후 출전에 부침이 많았고 선발 출전은 단 2번에 불과했다.
반면 볼프스부르크를 떠나 겨울 이적시장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된 구자철은 꾸준히 출전 기회를 잡자 물 만난 고기처럼 맹활약하며 팀을 강등권에서 구해냈고, 임대 후 15경기(14경기, 선발)에서 5골1도움을 기록하며 독일 무대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는 스위스 바젤의 붙박이 풀백으로 활약하며 챔피언스리그 무대에까지 선 박주호 역시 마찬가였다.
최강희 감독은 “구자철과 박주호를 보며 선수가 구단과 감독으로부터 신뢰를 받으며 경기를 계속 나가야만이 자기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내가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줄 수는 있지만 선택은 결국 본인들이 하는 것이기에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과거 경기장에서 지동원과 박주영의 에이전트를 만났을 때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팀을 옮겨야겠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 팀 선택을 잘 해야 한다”며 유럽 진출에 있어 좀 더 신중한 자세와 팀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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