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의 맛'이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모습을 헤집는 블랙코미디로 파격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다.
'돈의 맛'은 15일 오후 서울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첫 공개됐다. 제 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인 만큼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 '그 때 그 사람들', '하녀' 등 매번 문제작들을 내놓은 임상수 감독이 새롭게 선택한 소재는 재벌. 공개된 영화는 러닝 타임 내내 임상수표 블랙코미디가 곳곳에 가득하다.

재벌가 백씨 집안의 충직한 비서로 그룹의 은밀하고 검은 뒷일을 도맡아 하며 점점 돈의 맛을 알아가는 주영작(김강우)이 바라보는 재벌 가족은 한 마디로 '막장 가족'이다. 늙은 육체의 재벌집 안주인 백금옥(윤여정) 젊은 육체 주영작을 탐하고, 그 딸 나미(김효진) 역시 그런 어머니를 증오하면서도 역시 주영작에게 끌린다.
백금옥의 남편인 윤회장(백윤식)은 재벌집의 '개'처럼 살아 온 슬픈 로맨티스트. 아내와 자식들이 있는 식사 자리에서 떳떳하게 필리핀 하녀와 바람피고 있다고, 남은 평생을 그녀와 함께 할 것이라고 '선언'한다. 이에 "오 마이 갓!"을 외치는 아들(온주완)은 어떤가. 아들은 돈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아버지가 자신을 배신하지는 않을까, 누나에게 회사를 뺏기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다른 나라에서' 정도가 아니라, '다른 별에 사는' 사람들 같은 백씨 집안 식구들은 성과 같은 자기들의 공간에서 이렇듯 막장 가족들로 살아간다. 혈연 관계로 뭉쳤지만, 뼛속 깊이 권력과 탐욕으로 물든 이들은 남보다도 못한 동지 의식으로 하루하루를 산다. 이 곳에는 눈먼 돈과 치졸한 권력, 위험한 섹스, 핏빛 죽음이 판을 친다. 윤회장이 자살 기도를 하는 장면은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어쩐지 '낄낄' 거리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이 막장가족은 어느 TV 속 드라마보다도 어처구니 없고, 재미있고, 한탄스럽다. 적재적소에 들어있는 허를 찌르는 웃음은 단순한 재벌가의 모습을 본다는 관음의 재미 이상의 메시지를 제공한다. 영화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故 장자연 사건을 언급하는가 하면 용산 철거민을 연상케 하는 자료 화면 등을 통해 영화가 담은 주제의식도 보여준다.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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