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슬라이더‘ 임정우, LG 세 번째 신예 선발 '성공작'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5.16 09: 45

“변화구를 던졌다면 안타 맞지 않았을 텐데...”
LG 2년차 신예 임정우는 지난 3월 22일 친정팀 SK를 상대한 시범경기 선발 등판을 마친 후 아쉬움을 전했다. 5이닝 2실점으로 호투, 1군 엔트리 진입에 청신호를 밝혔지만 더 잘 던질 수 있었다는 후회가 마음속에 가득하기만 했다.
당시 임정우는 “SK에 있을 때 (정)근우 선배님의 타격을 보면서 정말 잘 친다고 생각했었다. 사실 오늘 승부에서 변화구를 던졌다면 안타를 맞지 않을 수 있었는데 직구만 던져서 맞은 것 같다”며 리그 최고 타자에게 안타 2개를 허용해 분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로부터 약 2개월의 시간이 지났고 임정우는 같은 팀을 상대로 그 때 봉인했던 변화구의 위력을 마음껏 뽐냈다. 15일 문학 SK전에서 1군 공식무대에 선발등판, 5⅓이닝 3실점으로 깜짝 호투를 펼쳐 보인 것이다.
무엇보다 슬라이더의 위력이 돋보였다. 임정우는 제구력이 동반된 예리한 슬라이더를 통해 상대 타선의 헛스윙을 유도하거나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스트라이크존에 슬라이더를 넣어 볼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갔다. 슬라이더 외에 직구도 대부분 포수 김태군이 원하는 코스로 형성됐고 커브도 자유롭게 던졌다. 볼넷이 단 한 개의 불과할 만큼 통산 첫 1군 선발 등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고졸 2년차 투수의 적극적인 투구 내용이었다.
LG는 임정우의 호투를 발판으로 6-4 짜릿한 역전승에 성공, 또다시 5할 승률의 기로에서 승리를 따냈다. 또한 이승우·최성훈에 이은 올 시즌 세 번째 깜짝 선발투수 기용도 대성공, 신예 3인방 선발투수 등판 시 6승 2패의 호성적도 이어갔다. 결국 이날도 LG의 기분 좋은 징크스는 계속됐다.
사실 임정우의 1군 무대 선발 등판은 연기에 연기를 거듭한 끝에 이뤄졌다. 임정우는 시범경기 기간 동안 SK전에 이어 3월 31일 넥센전에서도 5이닝 1자책점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SK전에서 직구만 던지며 타자와의 승부철학을 몸에 익혔다면 넥센전에선 장기인 슬라이더와 커브를 마음껏 구사해 이미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었다.
하지만 4월 8일 개막 2연전 두 번째 경기 선발투수로 낙점됐던 신재웅이 컨디션 난조로 이승우로 대체됐고 갑작스럽게 콜업된 이승우·최성훈이 모두 기대 이상의 투구를 보여주면서 임정우의 1군 등판 날짜는 자꾸만 밀렸다. 당시 LG 차명석 투수코치는 "임정우를 올려봐야 하는데 자리가 없다“고 입맛을 다시며 임정우의 2군 선발 등판 모습만 꾸준히 체크해왔다.
어쨌든 임정우는 LG 유니폼을 입고 맞이한 첫 1군 경기를 의미 있게 보냈다. 비록 승리투수가 되진 못했지만 실점 상황마다 아쉬운 수비가 동반됐고, 자신을 잘 파악하고 있는 친정팀 SK와 SK의 에이스 마리오 산티아고를 상대했다는 것을 돌아보면, 더욱 값진 선발 등판이었다.
지난 겨울 LG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조인성의 SK 이적으로 SK로부터 보호선수 명단을 받았을 때 주저하지 않고 임정우를 선택했다고 한다. 이후 임정우는 전지훈련 연습경기부터 꾸준히 마운드에 올랐고 시범경기와 2군 무대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차명석 투수코치는 임정우의 15일 선발등판에 앞서 “(임정우가) 실전에서 호투한다면 선발로테이션에 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승우·최성훈에 이어 LG 선발진에 세 번째 신데렐라가 탄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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