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마저 흔들린다.
최하위 한화가 좀처럼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팀 타선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어이없는 수비 실책과 함께 불안한 불펜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수비 실책에 가려져 있지만 불펜도 안정감을 전혀 주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당한 두 차례 역전패를 보면 결정적인 수비 미스가 있었지만, 대량 실점으로 연결된 건 불펜이 쌓아둔 주자 때문이었다.
지난 12일 대전 롯데전이 대표적이었다. 선발 김혁민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7회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구원등판한 송신영이 김혁민의 책임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며 동점을 허용했다. 4-2로 다시 리드를 잡은 9회에는 데니 바티스타가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한 채 순식간에 무너지며 1경기 블론세이브 2개로 허무하게 역전패를 당했다.

15일 잠실 두산전은 어이없는 실책 4개를 남발한 야수진이 문제였지만 불펜진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6-4로 리드하던 6회 무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올라온 송신영은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몸에 맞는 볼과 고의4구로 만루 위기를 만들어놓은 채 마일영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만루 위기에서 마일영도 수비 실책으로 무너졌지만 7회에는 시작과 함께 김현수-김동주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올해 한화는 역전패가 5패로 리그에서 4번째로 다음으로 많다. 하지만 5회까지 리드하다 6회 이후 뒤집힌 경기로 한정하면 4경기로 롯데와 함께 가장 많다. 올해 한화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36으로 전체 6위. 평균자책점보다 더 좋지 않은 건 승계주자 실점율. 리그에서 두 번째로 높은 40.6%의 승계주자 실점율에서 나타나듯 투수교체가 통하지 않고 있다. 블론세이브는 3개이지만 6회 이후 불펜에서 동점 및 역전을 허용한 경기는 5경기다.
한화로서는 FA 시장에서 영입한 우완 송신영의 부진이 뼈아프다. 12경기에서 1승3패1홀드 평균자책점 3.00. WHIP(1.83)·피안타율(0.353)에서 보여지듯 투구내용이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승계주자 실점율이 61.5%(8/13)에 달할 만큼 송신영답지 않게 위기관리능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위가 타자를 제압하지 못한탓이다.
여기에 마무리 바티스타도 12경기에서 2패4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5.54로 불안불안하다. 13이닝 동안 내준 볼넷 13개와 사구 2개는 그의 제구가 얼마나 불안한지를 잘 보여준다. 마무리투수로서 2점대(2.08) 이닝당 출루허용률은 심각학 수준이다. 150km대 초중반의 강속구는 변함없지만 피안타율도 2할8푼6리에서 나타나듯 제구가 되지 않으면 무소용이다.
지난 2년간 불펜 에이스로 활약한 박정진도 어깨 염증으로 캠프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탓인지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 12경기에서 1승1패1홀드 평균자책점 8.22. 올해 직구 평균 구속이 130km대 중반에 그칠 만큼 볼 스피드와 구위가 많이 떨어져있다. 그런 와중에도 어떻게든 박정진을 써야 할 만큼 한화의 불펜은 허약하다.
불펜에서 안정감을 보인 김혁민이 구멍난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가면서 불펜의 양적 자원도 부족해졌다. 마일영은 최근 5경기 연속으로 등판하고 있다. 양적·질적으로 불펜이 위태위태하다. 선발들이 최대한 많이 던지고, 불펜의 부담을 덜어주는 게 중요하다. 연이은 등판이 구워투수들의 구위 하락을 야기하고 있다. 다 잡은 경기를 불펜이 놓친다면 그 여파는 두 배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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