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4번타자 김태균(30)의 4할 페이스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개막 30경기 타율 4할5푼3리는 분명 경이적인 수준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제 몇 경기했을 뿐"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김태균의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3년 전에도 김태균처럼 4할 타율에 도전한 타자들이 있었다.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2009년 여름이 올 때까지 로베르토 페타지니(전 LG) 정근우(SK) 김현수(두산)는 4할 타율에 대한 꿈을 키워갔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타격왕에 오르지 못했고, 4할 타율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실감케 했다.
페타지니는 가장 최근까지 4할에 근접한 타자였다. 개막 30경기에서 104타수 45안타로 타율 4할3푼3리를 기록한 페타지니는 6월8일까지 52경기에서 184타수 74안타 타율 4할2리로 4할 타율을 유지했다. 그러나 다음 경기부터 타율이 3할대로 떨어졌고, 결국 3할3푼2리로 시즌을 마감했다. 당시 타율 전체 6위. 마지막 63경기에서 204타수 55안타 타율 2할7푼에 그친 게 아쉬웠다. 기본적으로 내야안타를 기대할 수 없는 중장거리 타자였던 페타지니는 당시 만 38세 베테랑으로 여름부터 체력적인 한계를 보였다.

페타지니와 함께 4할 타율을 향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한 김현수도 개막 30경기에서 112타수 46안타로 타율 4할1푼1리를 치는 등 6월6일까지 51경기에서 타율 4할4리를 쳤다. 그러나 그게 마지막이었다. 이후 82경기에서 294타수 96안타 타율 3할2푼7리를 쳤지만 끝내 4할 타율에는 못미쳤다. 결국 최종 타율 3할5푼7리 타격 3위로 시즌을 마쳤다. 그해 장타자 변신을 선언하며 23홈런을 터뜨린 김현수로서는 최선의 정교함이었다.
빠른 발을 앞세운 정근우도 개막 30경기에서 127타수 54안타로 타율 4할2푼5리를 때렸다. 5월22일까지 4할 타율을 유지한 정근우는 개막 후 39경기에서 164타수 66안타로 4할2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40번째 경기부터 3할대로 떨어졌고 더 이상 4할대로 오르지 못했다. 시즌 최종 타율은 3할5푼. 리그 전체 5위였다. 가장 많은 타석에 들어서야 하고,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야 할 1번타자로서 체력적인 소모를 피할 수 없었다.
페타지니가 52경기, 김현수가 51경기, 정근우가 39경기까지 4할 타율을 친 만큼 이제 30경기까지 4할 타율 친 김태균의 4할 가능성을 언급하는 건 이르다. 하지만 개막 30경기를 기준으로 할 때에는 페타지니보다 2푼이나 더 높을 정도로 김태균의 타격 페이스도 대단하다. 여기에 몇 가지 플러스 요인도 있다.
첫째로 4번타자로 견제를 받기 때문에 볼넷을 얻어내 타율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난 13일 대전 롯데전에서 2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볼넷 2개를 얻어 타율이 1푼밖에 깎이지 않았다. 둘째로 장타를 노리지 않아도 장타를 생산할 수 있는 타격 메커니즘을 갖췄기 때문에 장타를 의식한 정교함 상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셋째로 만 30세로 아직 한창 나이인 데다 같은 1루 포지션의 장성호가 대체 수비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지명타자로 체력 관리도 할 수 있다. 4할 타율을 향한 기대 요소가 많이 있다.
김태균은 "이제 몇 경기했다고 그러나. 아직 4할 타율에 대해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했다. 오히려 그는 "팀이 이겨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어쩌면 그의 4할 타율 도전에 있어 가장 큰 변수는 팀 성적이 될지도 모른다. 선수는 팀이 이겨야 흥이 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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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타지니-김현수-정근우(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