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했지만 희망도 있었다. 그 중 하나가 5번 타자 박정권(31)이었다.
SK 이만수 감독은 15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홈경기에 앞서 박정권을 5번 타자로 복귀시킨다고 밝혔다. "8번이 어울리지 않아 과감하게 5번에 한 번 넣어봤다"며 가볍게 농담을 한 이 감독이었지만 "타순도 확 올렸으니 잘 치겠지"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시즌 전부터 줄곧 '3번 최정, 5번 박정권'을 외치며 둘 만큼은 고정적으로 가겠다는 뜻을 나타냈던 이 감독이다. 하지만 박정권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이 구상이 어긋났다.

1할대 타율에서 계속 헤매던 박정권이 문제였다. 결국 지난달 26일 문학 두산전을 끝으로 5번 자리에서 밀려났다. 다음날부터 8번, 7번 타자로 나가야 했다.
이 감독은 "기술적으로나 멘탈적으로나 다 좋지 않았다. 주장으로서 힘들 것"이라고 부진의 원인을 분석하면서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과 13일 문학 넥센전에서 안타를 기록했던 박정권이다.
박정권은 이날 2-1로 뒤진 6회 동점 2루타로 기대에 화답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LG 수비진이 잠시 한 눈을 파는 사이 3루까지 진루, 박재홍의 적시타 때 역전 득점까지 올렸다. 물론 팀이 4-6으로 역전패하면서 빛이 바랬지만 확실히 기량을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1안타 뿐이었지만 점차 방망이 중심에 볼을 맞혀가고 있다.
미국 스프링캠프 때 "올해는 마음을 비웠다. 홈런, 타점 수치보다 나를 좀 편하게 해주는 시즌이 될 것"이라며 시즌 목표를 세웠던 박정권이다. '즐기면서 경기를 하자'고 독려하던 주장으로 서서히 돌아오고 있는 박정권이 5번에 합류하면서 '최정-이호준-박정권'이라는 클린업 트리오를 다시 갖출 수 있게 된 S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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