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돈의 맛', 노출로 화제될 영화 아니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5.16 07: 32

영화 '돈의 맛'(임상수 감독)은 욕망에 대해 날카롭게 헤집는 작품으로 파격 노출 대신 파격 소재와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돈의 맛'이 15일 오후 서울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첫 공개됐다. 제 6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모으고 있는 작품인 만큼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간기남', '은교'에 이어 극장가 붐을 일으킨 '19금 영화'의 바통을 이은 작품으로 이른바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욕망 3부작-은교, 돈의 맛, 후궁'의 한 작품이다. 그렇기에 배우들의 노출 수위 역시 관심이 집중됐지만, 베일을 벗은 '돈의 맛'은 주인공들의 노출이 캐릭터 표현과 주제를 드러내는 한 수단임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화제가 된 윤여정과 김강우의 베드신은 늙은 육체의 재벌집 안주인 백금옥(윤여정)이 젊은 육체 주영작(김강우)을 탐하는 모습이 얼마나 파렴치하고 웃기는(?) 짓인지를 보여주며 희화화시키고, 돈과 권력에 몸을 담그게 된 주영작의 좌절과 분노를 폭발시키는 발단이 된다.
평생 재벌집의 '개'처럼 살아오다 필리핀 하녀와 여생을 함께 할 결심을 하는 슬픈 로맨티스트 윤회장(백윤식)과 에바의 정사신은 백금옥의 뼛속가지 스며든 '재벌 의식'에 광기를 불어넣는 사건으로 위험한 관계의 처절한 결말을 예고한다.
재벌 백씨 집안의 비즈니스 파트너 미국인의 섹스 파티 등의 장면은 최상류층의 권력과 욕망을 비틀어보여준다. 집에서 그나마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나미(김효진)의 정사신은 그렇기에 다른 가족들과 다르게 위트 넘치고 '귀엽게' 표현됐다.
영화 속 백씨 집안 식구들은 성과 같은 자기들의 공간에서 이렇듯 막장 가족들로 살아간다. 혈연 관계로 뭉쳤지만, 뼛속 깊이 권력과 탐욕으로 물든 이들은 남보다도 못한 동지 의식으로 하루하루를 산다. 이 곳에는 눈먼 돈과 치졸한 권력, 위험한 섹스, 핏빛 죽음이 판을 친다. 윤회장이 자살 기도를 하는 장면은 그로테스크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어느 TV 속 드라마보다도 어처구니 없고, 재미있고, 한탄스러운 이 막장가족은 허를 찌르는 웃음을 제공한다. 영화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故 장자연 사건을 언급하는가 하면 용산 철거민을 연상케 하는 자료 화면 등을 통해 사회를 향한 목소리도 낸다.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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