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의 평준화가 가속되고 있다. 전북의 16강 탈락이 입증한다.
전북은 지난 1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2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H조 6차전에서 가시와에 후반 2골을 허용하며 0-2로 패했다. 전북은 후반 33분 이동국의 페널티킥이 골대에 맞으며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채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전북은 안방에서 일격을 당해 결국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에 16강 진출권을 내주고 말았다.

지난해 ACL 준우승팀 전북의 16강 탈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시아 축구가 평준화 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전북이 속한 H조는 이른바 '죽음의 조'. ACL 준우승 팀이자 K리그 디펜딩 챔피언인 전북을 비롯해 중국 일본 그리고 태국(부리람)의 디펜딩 챔피언이 한 조에 속했다.
J리그의 가시와는 이미 그 능력을 인정 받은 바 있다. J리그 전체가 연봉을 삭감하며 선수단의 규모를 줄이기는 했지만 튼튼한 리그 사정을 통해 여전히 강력한 능력을 선보였다. 가시와는 안정적인 전력을 선보이며 조별리그서 꾸준한 성적을 선보였다.
문제는 중국과 태국의 축구를 더이상 쉽게 볼 수 없다는 것. 우선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중국 축구를 접수한 광저우의 위력은 대단했다. 비록 전북이 첫 경기서 부상자가 많아 1-5로 패하기는 했지만 충격이었다.
아무리 많은 돈을 투자했더라도 조직력까지 갖추기는 쉽지 않았을 터. 그러나 세계 3위의 이적료를 지불하기도 했던 다리오 콩카(아르헨티나)와 무리키, 클레오(이상 브라질) 등 외국인 선수들과 중국 국가대표를 내세워서 강력한 전력을 선보였다.
경험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광저우는 대단한 위력을 선보이며 조 1위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게다가 한때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평가됐던 태국 축구도 다시 살아나고 있다. 부리람 유나이티드는 특유의 빠른 축구에 아프리카 출신의 외국인 선수들이 더해지면서 H조서 반향을 일으켰다.
2승4패에 그쳤지만 부리람의 초반 기세는 매서웠다. 가시와를 홈으로 불러들여 3-2로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이끈 뒤 광저우 원정에서도 2-1로 승리하면서 조별리그 초반 돌풍의 주인공이 됐다. 초반 2연패에 빠졌던 전북은 오히려 부리람의 돌풍으로 마지막까지 기회를 얻었다.
물론 뒷심 부족으로 인해 연달아 패배를 당하며 최하위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부리람의 경기력은 다른 3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전북에 2연패를 당했어도 경기력은 팽팽했고 광저우와도 마찬가지였다.
전북의 16강 탈락은 더이상 아시아 축구가 한 군데로 쏠리지 않는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더이상 영원한 강자는 없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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