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방송국 PD라 하면 남다른 권력의 소유자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예능이든 드라마든, 일단 대중이 생각하는 '메인 연출자'의 이미지란 캐스팅을 좌지우지하고 마음대로 촬영하며 하고 싶은 대로 프로그램을 휘젓는 막강 권력을 지닌 인물이다.
일정 부분이 사실이다. 어렵게 방송사에 입사해 산전수전 겪어가며 조연출 시절을 보내고 공중전까지 감내하며 수년 간 노력해야 메인 연출자가 된다. 그 인고의 세월 속에 누적된 연출력과 노하우로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나 다름없는 역할을 하게 된다. 따라서 캐스팅이든 대본이든 구성이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되는 것은 당연하다. 일부 파렴치한 PD들의 비리가 드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지만.
그런데 SBS '강심장'의 박상혁 PD는 현장에서나 사석에서나 도무지 무소불위 권력의 소유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애티튜드(attitude)를 보여준다. 메인 연출자쯤 되면 연기자(출연자)들의 말단 스태프와 겸상은커녕 말 한마디 섞지 않으려는 보수적이고 고압적인 성향이 강한 이들이 흔하다. 소위 '급'되는 스태프와 필요한 말만 하고 지내면 일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얘기다. 예컨대 모 배우의 대표 매니저, 모 가수 소속사의 간부급들과만 관계를 잘해도 아쉬울 게 없는 셈.

하지만 박 PD는 고정 MC나 패널들과의 소통에 있어 남다르다. 회마다 10명도 넘는 게스트들, 그리고 그들의 스태프 모두와 친밀하게 지내지는 못해도 비교적 다른 PD들에 비하면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 애쓴다. 또 자기 식구인 MC 신동엽과 이동욱, 붐, 슈주 등 고정 멤버들에 대한 애정은 특히나 지극하다. 그들과 공적인 업무를 떠나 사적으로 호형호제하는 관계를 정립해나가며 프로그램도 살리고 멤버들도 살리는 신공(?)을 보여준다.
한 방송 관계자는 최근 OSEN에 "몇 년간 박 PD를 지켜봤는데 늘 모든 연기자와 스태프에게 격의 없이 대하는 면이 인상적이다"며 "지난 해 한 톱스타의 섭외를 위해 그 스타의 막내 현장 매니저를 직접 만나 공손하고 진지하게 출연 제안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자리에 앉아 전화 한통으로 캐스팅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일부 PD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현장에서는 마치 조연출이나 막내 스태프 같은 마인드로 일하는 사람이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연기자들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챙겨주고 배려해주려는 마음이 강한 사람"이라며 "매회 그 많은 게스트들을 불러다 모을 수 있는 건 이러한 박 PD의 공이 절반 이상일 것이다.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PD로서 자신을 낮추고 늘 배려있는 태도로 연기자들을 생각해주는 캐릭터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원년 MC 강호동, 이승기 하차 이후에도 '강심장'이 무탈하게 잘 굴러가고 있는 데는 박 PD의 숨은 공이 있었다.
issu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