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수상과 심사위원장의 상관관계..'마음을 뺏어라'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5.16 17: 00

칸 영화제 수상 가능성은 어떻게 점칠 수 있을까? 보통 운이 따라야 하지만, 통상적으로 보면 심사위원들의 성향, 특히 심사위원장의 성향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16일(현지시간) 개막해 오는 27일까지 이어지는 제 65회 칸 국제영화제에는 홍상수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와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등 국내 영화 2편이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돼 수상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칸 영화제의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인물은 이탈리아의 감독 난니 모레티. '아들의 방', '조용한 혼돈',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등의 연출자로 2001년 '아들의 방'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난니 모레티는 영화사의 중요한 사조 중 하나인 네오리얼리즘 이후 현대 이탈리아 영화사에 있어 정점에 선 감독이라 칭해지는 인물로 이탈리아 영화의 시대적인 정신을 영화에 반영한다. 즉 사회를 거울처럼 보여주는, 사회와 맞닿은 작품이 그의 영화관이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2002년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심사위원장일 때 임권택 감독은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레이저 헤드', '엘리펀트 맨', 블루 벨벳', '멀홀랜드 드라이브', 그리고 텔레비전 시리즈인 '트윈 픽스' 등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린치는 비주얼 아티스트로도 불리는 감독으로 당시 '취화선'의 영상미를 높이 평했다.
2004년에는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나란히 경쟁 부문에 초청돼 이 중 '올드보이'가 2등상인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당시의 심사위원장은 '피의 미학' 쿠웬틴 타란티노였다. 개막 초반부터 심사위원장 쿠웬틴 타란티노가 자신의 스타일인 '올드 보이'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다는 소문이 돌았고 이는 그대로 수상으로 이어졌다. 쿠웬틴 타란티노는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등의 실험적이고도 파격적인 영화로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마니아를 양산한 감독이다.
2007년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이 심사위원장일 당시에는 전도연이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는 기염을 토했다. 스티븐 프리어즈 감독은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더 퀸' 등 사회상을 탄탄한 드라마에 녹인 작품들로 사랑을 받았다.
2009년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3등에 해당하는 심사위원장을 수상했을 때 심사위원장은 배우 이자벨 위페르였다. 이자벨 위페르는 칸ㆍ베를린ㆍ베니스 등 3대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프랑스의 대표적인 배우. 클로드 샤브롤, 장 뤽 고다르, 마이클 치미노, 한국에서는 홍상수까지. 프랑스 뿐 아니라 다른 나라 감독들과 일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그는 이번 홍상수 감독의 영화 '다른 나라에서'의 여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심사위원장에서 여우주연상의 후보로 만나는 그는 칸, 그리고 한국영화와 각별한 인연을 지녔음을 알 수 있다.
2010년 팀 버튼 감독이 심사위원장일 때 이창동 감독은 '시'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당시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이었던 팀 버튼 감독은 '시'의 영화제 시사에 직접 참석하는가 하면 또한 심사 결과를 발설하지 않는 칸 영화제의 관계를 깨고 직접 "'시'는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다"라는 호평을 전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린치, 쿠엔틴 타란티노, 스티븐 프리어즈, 이자벨 위페르, 팀 버튼이 칸 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 수상의 영광을 안겨줬던 해의 심사위원장들이다. 올해는 난니 모레티가 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임상수 감독은 2010년 '하녀'에 이어 두 번째로 칸을 찾게 됐다. 홍상수 감독은 지난 1998년 '강원도의 힘'으로 처음 초청된 이래 2010년 '하하하'가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받는 등 여덟 번째로 칸의 초청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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