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왕’, 패션 이야기는 어디로?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12.05.16 17: 31

SBS 월화드라마 ‘패션왕’이 패션 얘기는 뒤로 제쳐둔 채 인물들의 멜로라인에만 집착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패션왕’의 시놉시스는 동대문시장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성공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이다. 시놉시스만 보면 성공에 대한 야망에 가득 찬 인물이 등장해야 하지만, 4명의 주인공은 일은 뒤로한 채 사랑만 갈구한다.
극 초반 이가영(신세경 분)은 부모님의 모든 것을 빼앗고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조마담(장미희 분)과 대립 구도를 이루며 복수와 성공에 대한 열망에 사로잡힌 인물로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이가영은 언제부턴가 디자이너로 성공해 조마담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보다는 강영걸(유아인 분)과 정재혁(이제훈 분) 사이에서 애매한 태도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답답이’, ‘어장관리녀’가 돼버렸다.

물론 가영이 재혁 회사(J패션)로의 출근을 결심했다가 이를 번복하고 영걸에게로 돌아오는 등의 ‘어장관리’를 하게 된 이유를 찾자면 ‘이루지 못한 자신의 꿈에 대해 미련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가영에게는 뉴욕 패션스쿨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도 가지 못한 아픈 사연이 있다. 만일 가영이 뉴욕 패션스쿨에 진학했다면 영걸의 공장이 아닌 재혁의 회사와 같은 대기업에서 일했을 것이고, 가영의 입장에서는 ‘짝퉁’을 양산하는 동대문이 아닌 거대 패션 업계에서 자신의 창의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싶었던 기지가 조금은 작용했을 것이다. 이는 가영이 J패션의 디자인 총괄이사로부터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를 어떻게 참고 있었냐”며 “이가영 씨 다른 잡일 하지 말고 계속 그려보라”는 극찬을 이끌어낸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가영은 돈이 없어 포기해야 했던 패션 디자이너의 꿈과 새롭게 나타난 사랑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는 중이다. 이것이 가영이 자신의 꿈을 단숨에 이뤄줄지도 모르는 재벌남 재혁과 본능적으로 끌리는 사랑, 영걸 사이에서 쉽사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유다.
하지만 드라마는 ‘성공에 대한 가영의 욕망’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내지 못한 채 마지막 2회 분을 남겨두고 있다. 시청자들은 끝없이 반복되는 가영의 연애 ‘밀당’(밀고 당기기)에 이미 지칠대로 지쳤다. 지금이라도 ‘패션왕’에는 드라마 제목에 걸맞게 가영이 사랑의 감정 뒤에 숨겨둔 성공에의 욕망을 드러내고, 조마담에게 통쾌한 복수를 선사한 뒤 ‘패션왕’이 되는 ‘마지막 한 방’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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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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