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의 거성. 그리고 좋은 잠재력과 마무리로서 경험을 갖춘 2009년 신인왕 우완의 선발 맞대결. 한 달 여 전 경기에서 그들이 보여준 장단점이 그대로 이어질 지 아니면 상대 타선이 공략법을 갖추고 나설 것인지 궁금해진다. 17일 잠실구장에서 선발 맞대결을 펼칠 박찬호(39, 한화 이글스)와 이용찬(23, 두산 베어스)은 마운드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한화와 두산은 17일 잠실 경기 선발로 각각 박찬호와 이용찬을 예고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의 위업을 자랑하며 한국 야구사 최고 투수 중 한 명으로 등극한 박찬호는 올 시즌 6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4.26(16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4월 한 달간 1승 1패 평균자책점 2.91로 호투한 박찬호는 5월 들어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7.20으로 흔들렸다.
특히 박찬호는 지난 4월 12일 청주 두산전서 6⅓이닝 4피안타(탈삼진 5개, 사사구 2개) 2실점으로 호투하며 한국 무대 첫 승을 거둔 바 있다. 공교롭게도 상대 투수는 바로 17일 맞대결하는 이용찬이었다.

올 시즌 이용찬은 5경기 2승 3패(1완투패) 평균자책점 2.56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박찬호와 마찬가지로 승운은 없지만 지난 11일 광주 KIA전서는 8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윤석민에게 뒤지지 않는 활약을 선보였다. 비록 완투패하기는 했으나 선발로서 경기 운영 능력이 많이 쌓였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이용찬은 박찬호와의 맞대결 당시 한화 타선을 상대로 4⅔이닝 10피안타 5실점에 그치며 패전 투수가 된 바 있다. 한 달 전 경기서 박찬호가 두산 타자들의 타이밍을 흐트러뜨리는 투구로 분위기를 잡아갔다면 이용찬은 초반 우세한 투구를 보여줬으나 타순이 한 바퀴 돈 뒤 공략당하고 말았다. 그 때 박찬호는 3회 고영민-이종욱-정수빈에게 공 하나 씩만 던지며 1이닝 3구 처리라는 진기록을 보여줬다.
당시 경기에 대해 정명원 두산 투수코치는 “박찬호가 타자들의 타이밍을 잘 이용하며 베테랑다운 투구를 보여줬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대개 타자들은 투수들이 투구 동작에 들어갈 때 숨을 참고 극도의 집중력을 보여주는 데 박찬호의 경우는 타자가 어떤 순간 호흡하는 지 유심히 지켜봤다가 숨을 내쉬는 순간 빠르게 투구 동작으로 들어가며 칼자루를 자신이 쥐고 던졌다는 정 코치의 평이었다. 두산 타자들도 4월 맞대결에서 무릎 꿇은 이유 중 타이밍을 뺏겼다는 점을 알고 있는 만큼 당시의 투구가 먹혀들지도 궁금해진다.
전성 시절에 비해 구위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박찬호는 우리나이 불혹임에도 140km대 중후반의 직구를 거침없이 던질 수 있고 땅볼 유도형 구종인 싱킹 패스트볼의 움직임도 대단하다. 다만 한화 수비진은 최근 2경기 동안 도합 7개의 실책을 저질렀는데 이 가운데 포구 실책은 15일 이대수가 저지른 단 하나다. 6개가 악송구로 인한 실책으로 포수 정범모의 악송구를 제외하면 모두 3루, 유격수 쪽에서 나온 실책들이다. 오선진과 신인 하주석이 땅볼을 잡은 후 정확하게 송구하는 모습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베테랑 포수들인 신경현과 최승환이 현재 1군 엔트리에 없어 정범모, 이준수 두 20대 중반의 젊은 포수들이 박찬호와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박찬호의 수싸움이 주가 되는 투수 위주의 투구가 훨씬 더 많아질 수 있는 만큼 그의 노련미가 어떻게 발휘될 지도 지켜봐야 한다.
이용찬은 선발 전향 후 마무리 시절 150km대 광속구 대신 140km대 중반의 직구와 투심 패스트볼, 포크볼을 구사 중이다. 생각만큼 직구 구속이 올라오지 않고는 있으나 선발로서 경험이 쌓이면서 경기 운영 능력이 안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4월 청주 원정서는 경기 초반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투구 패턴으로 인해 결국 경기 중반 뭇매를 맞았던 바 있다.
그러나 지금은 포크볼 외에도 슬라이더, 커브의 구사 비율도 높이면서 점차 팔색조형 선발 투수로 바뀌고 있다.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이어가고 있는 이용찬이 새롭게 장착한 투구 패턴을 바탕으로 선발 에이스로서 싹을 틔우는 중이다. 기교를 섞으며 성공적으로 선발진에 정착 중인 이용찬이 한화전 패배를 설욕할 수 있을 지도 지켜볼 만 하다.
선수생활의 마지막 장을 화려하게 장식하고자 하는 불세출의 투수와 아직 더 던질 공이 많은 유망주의 대결. 17일 잠실 한화-두산전은 단순한 승패가 아니라 경기 내용이 더욱 궁금한 하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