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진 불러모은 한대화 감독, "실책해도 과감하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5.17 09: 51

지난 16일 잠실 한화-두산전. 15일 경기에서 실책 퍼레이드를 범한 주전 유격수 이대수와 3루수 이여상이 2군으로 내려간 한화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그런데 이날 경기에서도 한화는 실책 3개를 남발했다. 
3-0으로 리드한 6회말 한화는 1사 1·2루에서 3루수 오선진이 임재철의 느린 타구를 대시해 잡아냈으나 1루로 악송구를 범하는 바람에 실점과 위기를 자초했다. 실책이 도화선이 돼 결국 3-3 동점을 내줬다. 포수 정범모도 2루 도루 시도하던 김현수를 저지하기 위한 과정에서 송구 실책을 범했다. '실책 바이러스'가 돌림병처럼 번졌다. 
설상가상으로 7회말에도 첫 타자 최준석의 애매한 바운드 타구를 3루수 오선진이 잡아 다시 한 번 1루 악송구를 저질렀다. 발이 느린 최준석이었기에 오선진의 송구 실책은 더 아쉬웠다. 그 순간 한화 덕아웃에서 한대화(52) 감독이 마운드를 향해 나갔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투포수 배터리 뿐만 아니라 내야수들을 마운드로 소집했다. 

투수 양훈과 포수 이준수 외에도 1루수 김태균, 2루수 한상훈, 3루수 오선진, 유격수 하주석 등 모든 내야수가 마운드로 모였다. 일본프로야구에서 종종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장면이었다. 한 감독은 선수들에게 30여초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야수들을 불러모은 건 의미있는 장면이었다. 
이 자리에서 한 감독은 야수들을 향해 "과감하게 하라. 소심하게 플레이해서 실책하는 것보다 과감하게 해서 실책하는 게 낫다. 실책해도 좋으니 자신있게 플레이하라"고 주문했다. 오선진의 실책도 타구를 쫓는 것부터 소극적이었고 송구도 과감하지 못했다. 마음이 급한 나머지 쫓기는 플레이를 했고, 결국 타깃을 크게 벗어나는 송구 실책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한 감독은 질책보다는 격려를 통해 자신감을 불어 넣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한화는 올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26개 실책을 기록 중이다. 수비의 달인으로 통하는 후쿠하라 미네오 수비코치를 영입해 스프링캠프 기간 어느 때보다 많은 수비 훈련을 소화했다. 훈련 부족이 문제가 아니다. 전염병처럼 번지는 실책 바이러스 때문에 선수들이 움츠러든게 문제. 한대화 감독도 "실책 할 수도 있는데 플레이를 자신있게 하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팽팽한 승부처에서 거듭된 실책. 보다 못한 한 감독은 이날 직접 마운드에 야수들을 불러모아 자신감과 적극성 그리고 두려움 없는 플레이를 강조했다. 한 감독의 30여초간 짧은 주문은 어린 선수들에게 도움이 됐다. 투수 양훈도 "감독님이 좋은 말씀을 해줘 힘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책이라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있게 과감하게 플레이하기를 바라는 한 감독의 마음이 선수들에게 잘 전해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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