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훈, "야수 실책? 사람인데 실수도 할 수 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5.17 10: 40

"사람인데 실수도 할 수 있다". 
한화 우완 투수 양훈(26)에게 지난 16일 잠실 두산전은 아찔한 경기였다. 5회까지 산발 2안타 무실점에 투구수도 54개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6회 오선진과 정범모의 수비 실책 2개가 겹치며 3실점으로 동점을 허용했다. 7회에도 오선진의 수비 실책이 도화선이 돼 4점째를 줬다. 한 경기 실책 3개. 거듭된 실책으로 무너질 수 있었지만 양훈은 8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켰고 기어이 승리투수가 됐다. 
야수가 실책했을 때 투수는 어떤 마음이 들까. 양훈은 "야수가 실책을 하면 투수가 막아줘야 한다. 실책이 실점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야수가 최대한 빨리 실책을 잊을 수 있는 방법은 결국 투수가 실점을 하지 않는 것이다. 양훈은 실책 후 실점으로 이어진 자신의 투구에 대해 아쉬워했다.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양훈은 "사람인데 실수도 할 수 있다. 야수의 실책에 신경쓰지 않으려 한다"며 "타자가 못 치면 투수가 잘 던지고, 투수가 못 던지면 타자가 도와줄 수 있다. 오늘도 실책이 있었지만 야수들이 다음에 점수를 뽑아줬다. 서로 도와가며 하는 게 야구"라고 답했다. 양훈이 4점째를 주며 역전을 허용했지만, 8회초 한화 타선은 보란듯 3점을 얻어 6-4로 재역전시켰다. 실책 2개로 양훈에게 빚을 진 오선진은 천금의 동점 적시타로 빚을 갚았다.  
이날 양훈은 7⅓이닝 동안 107개 공을 던지며 7피안타 1볼넷 5탈삼진 5탈삼진 4실점(2자책)으로 막았다. 수비 실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8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불펜의 부담을 덜어줬다. 투구수 관리가 잘 됐고, 위기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다. 시즌 2승(2패)째를 따낸 양훈은 평균자책점도 5점대(5.19)에서 4점대(4.71)로 낮췄다. 
지난해에는 5월28일 잠실 두산전에서 데뷔 첫 9이닝 완봉승으로 시즌 첫 승을 거뒀지만 올해는 벌써 2승으로 승수 페이스가 빠르다. 조금씩 승수에 욕심 낼 만하다. 하지만 양훈은 "승패를 떠나 평균자책점을 낮추고, 더 많은 이닝을 던지고 싶다. 선발이기 때문에 5회 이전에는 내려오고 싶지 않다. 많은 이닝을 던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실제로 양훈은 올해 7경기에서 5회 이전에 강판된 경기는 1경기 뿐이다. 오히려 투구이닝이 42이닝으로 경기당 평균 6이닝을 거뜬히 소화하고 있다. 42이닝은 리그 전체 7위. 토종 투수로만 따지면 류현진(50이닝)-윤석민(44⅔이닝) 다음으로 많은 투구이닝이다. 한화에 가장 필요한 이닝이터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거듭된 수비 실책에도 실점으로 연결된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양훈. 매경기 6이닝 이상을 기본적으로 책임지는 한화의 믿음직한 이닝이터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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