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긴 했는데 어쩐지 찜찜하다. 순탄하게 경기를 매듭짓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SK 와이번스가 비교적 여유있게 승리를 거뒀다.
SK는 16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LG와의 홈경기에서 9-5로 승리했다. 이호준의 솔로포 등 장탄 13안타가 적절하게 터지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가져갔다.
이로써 시즌 16승(11패1무)째를 올린 SK는 두산을 0.5게임차로 밀어내 선두에 복귀했다. 전날 4-6으로 아쉬운 패배를 당해 2위로 떨어진 지 하루 만에 다시 1위가 올라 선 것.

이날 승리는 무엇보다 박희수(29)와 정우람(27)이라는 '리그 최고의 좌완 불펜 원투펀치'를 아낄 수 있었다는 데 있다. 실력 만큼 SK가 그동안 박희수와 정우람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었기에 뜻밖에 휴식을 줄 수 있었다.
박희수는 말이 필요없는 'SK 필수 옵션'이다. 16경기에 나서 3승 11홀드, 평균자책점 0.84다. 지난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2실점한 것이 유일한 실점일 정도로 다른 팀 타자들에게는 '벽'과 같은 존재다.
팀 사정상 '임시 마무리'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정우람 역시 마찬가지. 등판한 14경기에서 1승1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일 광주 KIA전과 10일 잠실 두산전에서 각각 2실점씩 했을 뿐이다. 나머지 경기에서는 '신'의 경지에 다다른 구위로 상대 타선을 위협했다.
SK가 박희수 없이 승리를 거머쥔 것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세차례 뿐이다. 앞서 4-1로 승리한 지난 4월 8일 문학 KIA전과 4월 15일 문학 한화전이 있었다. 또 이날 이재영은 정우람이 아닌 투수가 유일하게 세이브를 챙겼다. 다시 말해 전까지 모든 세이브 상황에는 항상 정우람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편하게 끝날 줄 알았던 이날 경기도 후반으로 갈수록 불펜 쪽으로 계속 시선이 갈 수 밖에 없었다. 8-1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였던 SK였지만 7회 1점, 8회 3점을 잃으며 8-5까지 추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윤희상 대신 마운드에 오른 투수들이 제 몫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완 전유수는 ⅔이닝 1피안타 1볼넷으로 1실점했다. 사이드암 임경완은 ⅔이닝 동안 투런포 포함 3피안타 3실점으로 깔끔하지 못했다.
여유롭게 SK쪽으로 기울 것 같던 경기가 어느새 세이브 상황으로 좁혀든 것이었다. SK는 이재영으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재영은 2009시즌 이후 3시즌만에 세이브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박희수와 정우람의 가치를 다시금 상기시키는 경기였다.
실제로 SK의 경기는 박희수-정우람이 등판한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로 나뉜다. 더구나 승리한 경기 중 둘이 모두 나오지 않은 경기는 지난달 15일 문학 한화전 한 경기 뿐이었다. 이날 역시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피가 말랐다. SK는 최근 이런 박빙의 경기를 자주 치르고 있다. 그런 만큼 이런 깊은 한숨이 절로 나올 만하다.
'박희수, 정우람 아끼기 정말 힘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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