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들은 대체로 ‘노래 잘하는 가수’와 ‘춤 잘추는 가수’로 양분된다. 가끔 ‘얼굴만 예쁜 가수’도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에 다다른 가수들은 노래와 춤 중 하나를 ‘기가 막히게’ 잘 할 것을 요구받는다.
그런데 백지영은 이 두 영역 사이의 장벽을 가뿐하게 타고 넘었다. 섹시 퍼포먼스로 인기를 얻은 댄스가수로 시작해, ‘한국에서 가장 구슬프게 노래하는’ 발라드 퀸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리고 오늘 17일, 다시 댄스 가수 백지영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새 미니음반 ‘굿 보이(Good Boy)’를 발표하고 3년만에 다시 댄스곡을 꺼내들었다. 요즘 가장 ‘핫’한 작곡팀 이단옆차기의 노래에 피처링 러브콜 1위 용준형이 랩을 보탰다. 이날 오전 음원차트 1위도 기록 중이다. 이제, 백지영만 잘하면 된다.
“힘들었어요. 다르더라고요. 제가 한창 춤을 많이 출 땐, 동작이 크고 성큼성큼 뛰어다녀야 춤을 잘 추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포인트를 맛깔나게 표현하는 게 중요해요. 웨이브를 여기서 저기까지 꺾는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살짝 틀어주고 절제하는 게 세련된 거죠. 덕분에 허리를 펼 때마다 너무 아파요. 골반에 염증까지 생겨서, 침도 맞아야 되는데. 각오했었죠, 이 정도는.”

힘들 걸 뻔히 알면서도 댄스곡을 꺼내든 건 백지영 본인의 아이디어였다. 흥행보증수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발라드 퀸’ 자리도 좋지만 보다 더 트렌드와 긴밀하게 호흡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경력도 있고, 나이도 있는데, 너무 발라드 한 장르에 OST까지 하니까, 제가 너무 트렌드에 뒤처지고, 너무 큰 선배가 되는 것 같은 기분인 거예요. 현장 감각을 잃지 않으려면 업템포 곡이 하나 나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후배들과 나란히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면서도, 후배들을 직접 육성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최근 엠넷 ‘보이스코리아’에서 코치로 활약하면서 이같은 생각은 더 확고해졌다.
“‘보이스코리아’를 하면서, 많은 걸 느꼈어요. 난 절대 저렇게 못하겠다 싶을 정도로 하는 친구도 있었고요. 예전엔 음악 들으면 ‘좋다’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이제 세밀한 처리들이 들리더라고요. 당연히 제 노래에도 영향을 미쳤죠. 제 팀에서 결승전에 진출한 유성은 같은 경우에는 어느 회사를 가든, 많은 도움이 돼주고 싶어요. 안무 트레이닝도 시켜주기로 했죠. 언젠가는 잘하는 여자 후배가수를 키워보고 싶어요. 씨스타의 효린이나, 에프엑스의 루나 같은 친구들이 예뻐보이더라고요.”
신곡 ‘굿보이’는 남자친구를 어르고 달래고, 또 야단치는 내용의 신나는 댄스곡이다. 9살 연하의 탤런트 정석원과 만나고 있는 그의 실제 연애도 궁금해진다.
“남자친구들이 보통 처음엔 말을 잘 듣다가 점차 머리가 커지잖아요.(웃음) 그런 상황을 담은 상당히 가볍게 담은 노래예요. 저요? 에이, 우리 관계에선 제가 ‘굿 걸’이죠.(웃음) 예상과 달리 석원씨 앞에선 제가 세게 하지 못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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