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의 '오늘만 바라보기' 전략이 통했다.
김호곤 감독이 지휘하는 울산 현대는 지난 16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FC 도쿄(일본)와 홈경기서 전반 37분 터진 강민수의 선제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울산은 조별리그 전적 4승 2무 승점 14점으로 도쿄(3승 2무 1패)를 1위 자리에서 끌어내림과 동시에 그 자리를 차지했다. 16강에 진출한 울산은 오는 30일 홈에서 가시와 레이솔(일본)과 단판 승부로 8강 진출 여부를 결정짓는다.

울산의 조 1위 16강 진출은 의미가 깊다.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를 병행하면서 모두 성공을 거둔 K리그 유일의 팀이기 때문.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한 팀은 울산과 성남뿐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 전북 현대와 정규리그 2위 포항 스틸러스는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성남도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기는 했지만 현재 K리그 성적은 7위에 그치고 있다. 반면 울산은 리그 4위로 선두 수원 삼성과는 불과 승점 2점 차다. 주말에 열릴 수원과 리그 13라운드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충분히 순위 뒤집기가 가능한 상황이다.
울산의 리그+챔피언스리그 병행 성공은 K리그를 넘어 동아시아 전역으로 넓혀봐도 찾기 힘들다. 굳이 찾자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선수층을 엄청나게 두텁게 만든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정도. 광저우는 챔피언스리그 조 1위를 차지했고 자국리그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일본 J리그 디펜딩챔피언 가시와 레이솔은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올랐지만 리그 14위에 그치고 있고, 지난 시즌 J리그 2위 감바 오사카는 챔피언스리그 탈락은 물론 리그에서도 17위로 강등권이다. 또한 나고야 그램퍼스는 챔피언스리그는 16강에 진출했지만 리그 성적이 8위에 머물고 있다.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병행에 성공한 울산의 전략은 특별한 것이 없었다. 당일 경기에만 초점을 맞춰 베스트 11을 계속 가동하는 것. 김호곤 감독은 매경기를 결승전처럼 임했다. 선택과 집중을 할 법도 했지만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신경 썼다. 시즌 초에는 혹독한 일정으로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선수단은 체력적인 악조건을 견뎌냈고, 일정이 느슨해지면서 상승세로 올라섰다.
김호곤 감독은 지난달 브리즈번 로어(호주) 원정에서 1.5군을 가동할 생각도 가졌지만 총력을 다했다. 무승부만 거둬도 16강 진출이 유력한 상황이었지만 총력전 덕분에 2-1로 승리, 오히려 1위 도약의 발판을 만들며 16강전까지 홈에서 치르게 됐다.
김호곤 감독은 다음 상대만을 생각했다. 그 이후까지는 길게 내다보지 않았다. 한 경기에만 집중한 까닭에 철저한 분석을 할 수 있었고, 그 결과 승승장구하고 있다. 물론 K리그서 대구와 전북에 무너지기는 했지만 모두 원정경기서 있었던 일.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 중론. 반면 홈에서는 K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모두 불패를 기록하고 있다.
김호곤 감독의 이와 같은 모습은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국가 대표팀의 공격수로 울산을 이끌고 있는 이근호는 5월 말과 6월 초에 있을 스페인과 평가전, 카타르·레바논과 월드컵 예선에 대해 "발탁된다고 통보 받은 게 없다. 명단도 안 나왔다"고 답했고,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로 스페인과 상대하지 못하게 됐다는 질문에도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멀리 내다보기에는 울산에서 경기가 중요했다"며 매경기를 결승전같이 임하고 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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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