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를 읽다] 평범한 남자, 화장품을 탐구하다
OSEN 최준범 기자
발행 2012.05.17 10: 31

화장품? 로션이나 하나 바르면 되는 거 아닌가? 햇빛이 걱정이면 자외선 차단제 하나 바르면 되지.
이것이 필자의 화장품에 대한 평소 생각이다. 이 정도면 대한민국 남자들이 생각하는 ‘평균’ 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이제는 패션-뷰티 담당 기자라는 직업상 화장품을 자주 다루는 만큼, 남보다 조금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집어든 책이 출간 당시 뷰티계에서 나름대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대한민국 화장품의 비밀’이다. 

이 책은 ‘전성분 표시’의 중요성을 강조하다 못해 독자들에게 세뇌시킨다. 화장품 속 유해성분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이야기들일 수 있다. 하지만 평소에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는 생소한 화장품 성분명이 ‘암호문’같이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읽다 보니 늘 화장품을 쓰는 가장 가까운 여성인 어머니가 생각났고 그 때문에 이게 정말 ‘남 얘기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화장품 전성분 표시를 제대로 확인하고 구입하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대부분 브랜드 가치, 향, 가격, 광고에서 부각시킨 효능 등을 보고 화장품을 사는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며, 피부를 생각해 화장품을 이것저것 많이 바르는 사람 또한 부지기수다.
이 책은 화장품을 많이 바를수록 노화를 부른다고 주장한다. 이유인즉슨, 대부분의 화장품에는 여러 가지 성분 중 언론매체에서 많이 다뤄왔던 방부제, 대표적으로 파라벤 등이 미량 함유되어 있어 화장품을 많이 쓸수록 노화를 촉진하거나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는 것.
이 책의 경고(?)는 화장품에 문외한인 기자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적어도 화장품을 어떻게 고를 것인지, 어떻게 바를 것인지 체계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곤 바로 집에 있는 화장품을 살펴봤다.
화장품 용기에 전성분 표기가 되어있지 않아 어떤 성분이 들어갔는지 알 수 없는 화장품도 있었고, 또 적혀는 있지만 외국어로 표기되어 있어 기자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제품들도 있었다.
집요한 추적 끝에 책에서 말하는 방부제 성분들을 찾았다. 그리고 집에서 화장품을 제일 많이 바르는 어머니에게 경각심을 불어넣었다. 이 책이 하게 만든 1차적인 행동이다. 저자는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정도 행동이라도 하기를 바랐으리라.
 
책에 따르면 2008년 10월 18일에야 우리 나라에서 화장품 전성분 표시제가 시행됐다.
전성분 표시가 필요한 이유는 화장품 때문에 부작용이 일어났어도 어떤 성분에 의해 일어났는지 원인 규명이 안 되며, 또한 광고 속 화장품 회사가 중점적으로 광고하는 성분이 어느 정도 함유되어 있는지도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성분표시를 통해 화장품에 유해성분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역시 화장품에 문외한인 남자여서인지 복잡한 성분명과 여러 가지 뷰티 제품들의 진실이 피부에 썩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쯤 정말 흥미로운 내용을 발견했다.
이른바 ‘내 피부에 맞는 성분 찾는 법’이다. 결론만 말하자면 근육반응 테스트를 기초로 화장품의 성분을 판단하는 것.
이에 따르면 인간은 이로운 자극이 가해지면 본능적으로 뇌 기능 활성화 및 척추 전각세포가 자극돼 외부 자극에 적절히 반응하게 되고, 해로운 경우 뇌 신경계가 비활성화되어 외부 자극에 적절히 반응할 수 없게 된다.
아래가 근육반응 테스트에 대한 내용이다.
“테스트할 화장품을 조금 덜어내 한쪽 손위에 올려놓는다. 다른 쪽 팔을 몸통과 90도가 되도록 ‘앞으로 나란히’를 한다. 이 때 다른 사람이 팔을 아래로 내려가게 힘을 주고, 테스트하는 사람은 팔을 버텨본다. 여러 가지 화장품을 시험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팔의 힘이 세지거나 약해지는 화장품이 있음을 느낄 것이다. 이때 근육이 강화되어 힘이 세지는 화장품이 내 피부에 이로운 것이다.”
호기심이 많은 남자인 기자는 눈이 번쩍였다.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어 실험해봤다. 이 책이 2차로 하게 만든 행동이었다. 개인적으로 재미는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확실한 구별은 힘들어 아쉬움을 자아냈다.
웬만한 남자들과 마찬가지로 ‘화장품 다이어트’는 이미 하고 있다. 하지만 뭘 알고 로션 하나만을 바르는 것과, 아무 생각 없이 바르는 것의 결과는 분명 다르리라. ‘평범남’이든 ‘그루밍족’이든 알 건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거름 펴냄. 156~157, 215~217P쪽. 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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