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윤식, "노출 때문에 운동? 복근 원래있다" [인터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5.17 10: 34

중견 배우 백윤식이 영화 '돈의 맛'(임상수 감독, 17일 개봉)에서 노출신을 위해 갑작스런 몸 만들기에 돌입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복근은 원래 있었다"라는 그는 평소에 틈틈히 체력 관리를 하는 준비된 연기자임을 드러냈다.
대한민국 최상류층의 삶을 그린 영화 '돈의 맛'에서 백윤식은 백씨 집안의 사위로 돈의 맛에 중독돼 집안의 온갖 뒷처리를 도맡아하면서 필리핀 하녀와 내연관계를 갖는 백회장 역할을 맡았다. 가족들 앞에서 불륜 사실을 대놓고 당당히 털어놓을 정도로 뻔뻔하지만, 한 여자를 사랑하는 슬픈 로맨티스트의 면모가 돋보여 시사회 후 '영화 속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평도 듣고 있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수십만가지의 캐릭터를 연기한 그이지만, 이번에 맡은 백회장 역은 또 한 번의 과감한 용기가 필요했을 터. 이에 백윤식은 "임상수 감독에게 책을 받았는데 읽어보니 재미있더라. 임상수 감독의 전작 '그 때 그 사람들'을 했기 때문에 임상수 감독의 연출자로서의 부분, 인간적인 부분을 둘 다 아니까 신뢰할 수가 있었다"라며 "굉장히 강도 센 소재도 임 감독이 풀면 이상하게 그렇게 안보이더라. '하녀'도 굉장히 세지 않나. 그런 센 소재들을 임상수 특유의 스타일로 가져가면 독특한 미장센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라고 이번 영화를 선택한 기반에는 임 감독에 대한 신뢰가 있었음을 드러냈다.

임상수 감독과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말해달라고 하자 '멋쟁이 감독'으로도 유명한 임 감독의 패션 센스에 대한 이야기를 살짝 들려줬다. 백윤식은 "임상수 감독이 자꾸 자기 옷을 입히려고 하더라"며 웃어보였다.
그는 "임 감독은 정말 좋은 감각을 지닌 멋쟁이다. 외국 출장을 많이 다니면서 그 때 그 때 특이한 옷들을 모아둔 것 같다. 눈에 띌 때마다 샀기 때문에 굉장히 희소가치가 있는 옷이다. 내가 도피 행각을 벌일 때도 특별히 트렌치코트 옷을 선정해주고, 영화 속에서 실제 임 감독의 옷도 입었다. 배우로서는 좋은 일이다"라고 임 감독의 패셔니스타 면모를 칭찬했다.
물론 이번 영화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백윤식은 극중 노래 부르는 장면을 위해 두 달간 하루 3시간씩 하드 트레이닝을 받았다. 이번 영화에서 그가 부른 노래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 제10곡 '휴식(Rast)'으로, 전공을 하는 학생들도 어려워 꺼려하는 작품이다. 백윤식은 이 노래를 소화하기 위해 성악 트레이닝을 받던 중 잠시 무산소증이 올 정도로 투혼을 발휘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트레이닝을 받고 연습을 했지만, 배우로서 감독의 디렉션에 맞춰 연기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백윤식은 "디렉션에 맞추려다 보니 트레이닝에서 벗어나는 것도 있고, 액팅도 불편해졌다. 작업 난이도가 높았다. 선을 다 맞추고 위치도 카메라에 맞추고 그러려면. 그래도 임 감독과 소통이나 조율은 잘 되서 내 액팅에 있어서 불편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맞췄다"라고 전했다.
직접 시범을 보이는 임감독에게는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임 감독이 지도편달을 잘 한다. 그러면 '그렇다고 내가 임 감독하고 똑같은 정서로 하면 안되잖아'라고 말했다. '배우는 다르게 해야지'라고 했지. 당연하지 배우는 배우니까." 어렵게 탄생된 영화 속 백윤식의 수영장신(노래 부르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 중 하나로 공들여 만들어진 모습이 역력하다.
영화에서 그는 필리핀 하녀 에바(마오이 테일러)와 정사신도 선보인다. 자극적이라기 보다는, 슬픈 정서가 깔려져 있는 러브신이다. 노출을 위해 특별히 몸 관리를 했냐는 질문에는 프로 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복근은 원래 있는 거지. 운동은 시간이 날 때마다 하니까."
아들인 배우 백도빈은 적극적으로 아버지의 활동을 지지해준다고.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역시 백윤식이 출연 여부를 고민 하니 백도빈이 "참여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라고 직접 권유해줬단다. 백윤식은 "젊은 감각이 다르긴 다른 것 같다"라며 아들에 대한 신뢰도 드러냈다.
시아버지로서 '며느리 사랑'도 내비쳤다. 얼마 전 둘째 딸을 낳은 배우 정시아가 손녀의 사진을 휴대폰으로 보내왔다며 얼굴에 활짝 미소를 띄었다. "애가 눈이 정말 크다. 어떤 때는 시아를 닮은 것 같고, 어떤 때는 도빈이를 닮은 것 같고"라며 '딸바보' 할아버지의 모습을 드러내 웃음을 안겼다. 정시아에 대해서는 "참 밝고 누구든지 보면 좋아할 만한 구김살 없이 편한 아이. 그런 게 예쁘다"라고 칭찬했다.
'서울의 달', '파랑새는 있다', '타짜', '싸움의 기술', '그 때 그 사람들', '범죄의 재구성', '위험한 상견례'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수많은 대표작을 만든 백윤식은 끊임없는 러브콜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그는 현재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촬영중이다. 한국 대표 개성파 배우로 다양한 역할을 섭렵하는 그는 한 감독에게 들었던 "감독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배우"라는 평이 참 좋다고 했다.
"그렇다면 내가 어떤 사람의 뇌리에 박혀 있다는 거잖아. 그런 거면 정말 좋지. 물론 그 사람의 립서비스일지는 모르지만 감독에게 영감을 주는 배우라는 이상의 칭찬이 어디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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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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