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에 대한 최강희의 괘씸함과 안쓰러움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2.05.17 11: 56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결론은 '연락두절'이였다. 물론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서운한 감정은 그대로 적용됐다. 
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17일 서울 논현동 나이키 풋볼 큐브서 26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최강희호 2기인 이번 대표팀은 오는 31일 스페인과 친선경기에 이어 6월 9일 카타르와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1차전 및 12일 레바논과 2차전에 출전한다.
박주영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시즌을 마친 뒤 대한축구협회와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최 감독은 이미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선수가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병역 연기 문제에 대해 해명하고, 대표선수에 대한 의지를 밝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주영이 직접 입을 여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미였다.

박주영의 전술적 가치는 여전히 높지만 병역 기피 논란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국민 정서'를 고려할 때 대표 선수로 선발이 부담스럽다. 최강희 감독은 박주영에게 이미 기회를 줬지만 그는 사실상 거부했다.
박주영은 올 시즌 정상적인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지난해 8월 아스날로 이적하며 큰 기대를 받았던 박주영은 정작 경기에 나서는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박주영은 지난해 10월 26일 볼튼과 칼링컵 경기에서 데뷔골을 작성하며 가능성을 알렸다. 또 지난해 11월 1일 마르세유(프랑스)전에서는 생애 첫 UEFA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는 감격을 맛봤다.
하지만 이후 아르센 웽거 감독에게 선택을 받지 못하면서 '낙동강 오리알'이 됐다. 박주영은 6경기(챔피언스리그 2경기, 정규리그 1경기, 칼링컵 3경기) 출전에 그치며 시즌을 마무리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2경기 교체 출전에 머물렀다. AC 밀란과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교체 투입된 이후 단 한 차례도 웽거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출전 명단에 대부분 포함되지 못한 박주영은 리저브 경기에서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부진이라는 표현조차도 어울리지 않았던 박주영에게 먼저 손을 내민 쪽은 최강희 감독과 축구협회다. 하지만 그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내밀었던 손을 뿌치리고 말았다. 경기력 부족에 대한 자책일 수 있지만 그의 이러한 행동은 도저히 납득이 될 수 없다.
그동안 박주영은 부동의 공격수로 축구 대표팀의 최전방을 맡았다. 하지만 더이상 그는 국가대표로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모습이다. 물론 박주영이 자신의 의지를 직접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최강희 감독은 이날 발표회서 "박주영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은 아스날 이적이 아니라 병역 문제인 것 같다. 그래서 본인이 공식적인 인터뷰나 의견 개진이 없었기 때문에 오해나 궁금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본인이 의견을 나타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면서 "앞으로 대표팀이나 소속팀에서 축구를 많이 해야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예전과 같은 경기를 펼친다면 앞으로 여러 가지 길이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감독은 "대표팀은 전체적인 분위기도 고려해야 한다"며 "선수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팀에 들어 왔을 때 자부심이나 희생을 할 수 있는 마음이 중요하다. 이번에 26명을 선발했지만 11명만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얼마나 선수들이 헌신하느냐에 따라 경기력이 달려있다. 그런 부분이 융화가 안 되면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최강희 감독은 박주영의 경기력과 병역 연기에 대해 모두 고민했다. 감독이 그런 고민을 공개적으로 털어놓으며 본인의 소명을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답이 없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축구협회와 대표팀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박주영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루비콘강을 건넜을지도 모른다. 물론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의 문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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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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