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효과일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잠실구장을 찾은 지난 16일 두산-한화전. 수비 실책을 남발하며 3-4로 뒤지던 한화는 8회초 1루에 출루한 김태균을 빼는 등 야수들을 소모하는 승부수를 던지며 6-4 짜릿한 재역전승을 일궈냈다.
본부석에서 7회부터 경기를 지켜본 김승연 회장은 경기 후 직접 그라운드로 내려와 한화 선수단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한대화 감독에게는 금일봉을 전달했다. 짜릿한 역전승에 한껏 고무된 표정이었다. 한화 선수단도 시즌 초반 거듭된 부진 속에서도 구단주의 격려를 받고 힘을 낼 수 있었다.

올해 시작부터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한화는 최근 2경기 연속 실책 대란으로 힘겨운 경기를 치렀지만 김승연 회장이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믿기지 않는 역전 드라마를 써냈다. 이날 경기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8월7일 잠실 LG전에서도 김승연 회장이 경기장을 찾자 한화는 장단 16안타를 폭발시키며 11-4 완승을 거뒀다.
덕분에 선수단과 김승연 회장은 웃으며 격려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자리에서 그 유명한 김승연 회장의 "김태균 잡아올 게" 선언이 있었고, 김태균은 역대 최고 연봉 15억 원에 고향팀 한화로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
김승연 회장은 1999년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에도 경기장 한 켠에서 자리를 지켰다. 그해 10월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4-3으로 승리하고 우승을 확정지을 때 3루 관중석에서 가족 및 팬들과 함께 현장에서 우승 순간을 만끽했다.
이에 앞서 10월14일 두산과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대전구장까지 내려와 6-4 재역전승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짓자 그 자리에서 5000만원을 쾌척하며 선수단의 동기부여를 이끌었다.
시즌 초 최하위에서 허덕인 1996년에는 특별격려금으로 3억원을 전달하며 강병철 감독에게 "꼴찌라도 좋으니 소신껏 하라"는 주문을 했다. 격려금을 하사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그해 5월14일 LG전에서는 잠실구장을 직접 찾아 경기를 관람하고 선수단을 격려했다.
당시 경기에서도 한화는 선발 정민철이 9이닝 4피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완투승하고, 4번타자 장종훈이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시즌 첫 3연승으로 탈꼴찌 발판을 마련했다. 결국 그해 한화는 페넌트레이스 3위로 마쳤다.
비단 김승연 회장의 한화뿐만이 아니다. 삼성도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방문한 날에는 100% 승률을 자랑했다. 지난해 7월29일 잠실LG전에서 4-2로 역전승했고, 이재용 사장은 태블릿 PC 50개를 선수단에 선물하며 화답했다. 올해도 지난 11일 잠실 LG전에 이재용 사장이 방문했고 삼성은 8-4 완승을 거뒀다. 이재용 사장은 2006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2년 연속 우승 순간에도 자리를 함께 한 바 있다.
이외에도 SK 최태원 회장은 매년 포스트시즌 때마다 관중석에서 직접 응원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LG도 구본준 구단주와 구본무 회장이 수시로 야구장 찾을 만큼 야구에 대한 애정이 뜨겁다. 지난해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SK 최태원 회장과 롯데 신동빈 회장이 모두 경기장을 방문할 만큼 그룹 총수들의 야구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다.
그룹 총수의 야구장 방문은 선수들에게는 더없이 큰 동기부여가 된다. 총수들도 야구장 방문을 통해 재벌가의 친화적인 이미지를 강화하고 대중적인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
이는 곧 프로야구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최고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음을 의미한다. 그룹 내부에서도 야구단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고 야구단 투자로 이어질 수 있다. 그룹 총수들의 야구장 방문과 그들이 보는 앞에서 승리를 거두는 모습이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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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