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2승1패에서 1승2패'에 생긴 양승호 감독 열창, 극복책은
OSEN 천일평 기자
발행 2012.05.18 15: 26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지난 5월 11일 청주경기에서 한화한테 9-15로 역전패하던 날 밤중에 얼굴에 갑자기 열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음식을 잘못 먹은 것도 아닌 것 같고 과음하지도 않았는데 열창이 생긴 것입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입술과 코 주변에 물집이 생기며 가렵고 따가웠습니다. 급히 병원에 간 양 감독은 링거 영양제 주사를 맞고 치료를 받아 다음 날에야 가라앉았습니다.

의사는 일종의 대상포진으로 피로가 쌓이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생길 수 있는 병이라며 안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롯데는 40대의 홍보담당 책임자도 최근 갑자기 탈모 증세가 나타나 머리가 뭉터기로 빠지는 곤혹을 겪었습니다.
2012 시즌 첫 달인 4월 한달 롯데는 10승5패1무승부로 두산과 공동 1위에 오르고 5월들어 첫 3연전에서는 넥센을 2승1패로 눌러 단독 선두로 올라섰습니다. 한달동안 3연전 시리즈를 2승1패로 우세하게 끌고 간 것입니다.
그러나 5월 4일 경기부터 17일까지 성적은 1승10패1무승부로 곤두박질쳤습니다. 5월들어서는 3연전 시리즈에서 1승2패에도 못 미쳐 보름만에 순식간에 1위에서 6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지난 3년동안 롯데는 항상 시즌 첫 달과 5월까지는 부진하다가 6월 이후 치고 올라가는 양상을 보여 양승호 감독은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시즌 초반에 부진하면 힘이 빠지니까 올해는 5월까지 팀 승률을 평탄하게 5할을 유지하면 포스트시즌에 대비하기가 좋을 것”이라고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 목표와 달리 올해는 첫 달부터 이상할 정도로 잘 나가다가 5월들어서 급전직하 하고 있어 양 감독이나 프런트에서 일하는 전원이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양 감독은 16일 넥센전에 앞서 “요즘 그나마 비교적 잘 때리고 있는 황재균을 1번, 3번에 손아섭, 4번에 전준우, 5번에 홍성흔, 7번에 박종윤으로 타순을 바꾸어 보겠다.”고 배팅 오더를 조정했습니다.
잘 나갈 때는 김주찬-조성환-전준우(박종윤)-홍성흔-강민호(박종윤)-손아섭(강민호)-황성용(손아섭)-황재균으로 이어진 타순이었다가 지난 주말 손아섭을 1번으로 올리는 오더로 변경한 다음 다시 변화를 시도한 것입니다.
이날 경기에서는 롯데와 넥센이 똑같이 8안타씩을 때렸으나 스코어는 히어로즈의 8-0, 대승으로 끝났습니다.
넥센은 기회마다 집중타나 장타가 터지고 빗맞은 행운의 적시타까지 나온 반면 롯데는 안타가 산발되고 기막히게 잘 맞은 타구는 잡히고 병살타가 두개 나오는 등 불운이 겹친 것입니다.
속으로 스트레스를 극심하게 받고 있는 양승호 감독이지만 겉 모습은 덤덤합니다. 그는 “선수들이 생각보다 표정이 밝고 서로 힘을 내자는 분위기여서 다행이다. 본래대로 5월 말까지 승률 5할을 유지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면서 “남은 보름동안 얼마나 이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느냐의 싸움이지만 선수 모두가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목표를 해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어느 팀이나 투타의 사이클이 있어 잠시 가라앉았다가 살아날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느긋한 표정의 양 감독이지만 이날 전준우가 주자로 나가 2루 도루를 시도하다가 포수 송구에 어깨 부분을 맞고 통증으로 쩔쩔매는 모습을 덕아웃에서 지켜보는 장면이 TV 화면에 비춘 것을 보면 노심초사하는 게 역력합니다.
선수들 대다수가 투지를 보이고 있다는 롯데이지만 넥센에게 17일도 패해 3연패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승률 5할에서 마이너스 1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앞으로 일정은 바닥에서 살아나고 있는 KIA와 삼성에 이어 두산, LG와 맞붙게 돼 있어 만만치가 않습니다.
3할 타자가 7명이다가 지금은 조성환만 남은 타선과 선발과 불펜이 모두 불안하게 변한 마운드의 현재 상황은 그렇다고 뚜렷하게 보강할 멤버를 백업 멤버나 2군에서 찾기 어렵습니다.
다만 6월 초에 마무리 전문 정대현이 무릎 수술에서 돌아오는 정도입니다. 결국 선수들 자신이 극복해야 합니다.
지난 해 사령탑으로 부임하고 시즌 초반 팀 성적이 부진해 온갖 비난을 먹어 마음고생이 심했던 양 감독은 작년에도 생기지 않던 열창이 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좋았다가 나빠지는 게 바닥에서 상승기류를 타는 것보다 스트레스가 큰 모양입니다.
속으로 입이 바싹 마를 수 밖에 없어 열창이 나기까지 한 양승호 감독도 조바심을 풀고 담담하게 심정을 유지하는데 힘써야 선수들이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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