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안 맞는다".
이승엽은 17일 대구 KIA전을 앞두고 한숨을 내뱉었다. 3할6푼의 고타율을 기록 중인 그의 한 마디는 엄살에 가까웠다. 전교 석차 1등을 놓치지 않는 학생이 "시험 망쳤다"고 푸념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2루타와 홈런이 나오지 않는다"는게 이승엽의 설명.
지난달 27일 문학 SK전 이후 대포를 가동하지 못했던 이승엽은 특타 훈련까지 자청하면서 장타 본능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쏟아 부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승엽의 활약도에 대한 물음에 "평균치는 하고 있다. 홈런이 뜸해서 그렇지"라고 호쾌한 한 방을 기대했다.

드디어 터졌다. 이승엽은 이날 경기에서 손맛을 만끽했다. 친형제와 다를 바 없는 방송인 김제동이 지켜보는 가운데 홈런과 2루타 모두 터트렸다. 3번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이승엽은 1회 첫 타석에서 우전 안타로 타격감을 조율한 뒤 3회 1사 2루 상황에서 우익선상 2루타를 때려 2루 주자 배영섭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앞선 두 타석에서 방망이 예열을 마친 이승엽은 6회 세 번째 타석에서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는 쐐기포를 작렬했다. 7-3으로 앞선 삼성의 6회말 공격. 선두 타자로 나선 이승엽은 KIA 3번째 투수 김희걸과 2B1S에서 4구째 높은 직구(141km)를 밀어쳐 좌측 펜스를 넘기는 솔로 아치로 연결시켰다. 비거리 105m.
이승엽은 6회 쐐기포를 포함해 4타수 3안타 2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8-4 승리를 견인했다. 팀도 이기고 손맛도 만끽하고 그야말로 기쁨 두 배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