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52일만의 선발 등판' 제춘모, 7년 공백 무색 '빛난 호투'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5.17 21: 49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면서 던져야죠."
SK 선발 제춘모가 7년에 가까운 공백이 무색한 호투를 펼쳐 보였다. 임팩트가 강하진 않았지만 '10승 투수' 경험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노련한 피칭이었다.
제춘모는 1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LG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3피안타(1홈런) 3볼넷 2탈삼진으로 1실점했다. 총투구수는 109개. 팀이 0-1로 패하면서 제춘모는 호투에도 불구, 승리의 감격 대신 패전을 떠안아야 했다.

제춘모는 직구가 최고 139km에 불과했다. 그러나 평균 129km의 투심 패스트볼을 비롯해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섞으며 LG 타선을 봉쇄했다. 2회와 5회에는 2개의 병살타를 유도해내는 노련미까지 과시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 그도 그럴 것이 이날 제춘모는 오랜만에 1군 무대를 밟은 것이었다. 지난 2010년 9월 26일 문학 넥센전 이후 600일만의 1군 등판이었다. 선발 등판으로 헤아리면 지난 2005년 5월 22일 인천 현대전 이후 6년 11개월 24일만. 일수로는 2552일만이었다. 선발승을 따낸 것이 2004년 6월 23일 문학 두산 더블헤더 2차전이었으니 기억이 가물가물한 상태. 2885일만에 선발승 도전이었다.
성준 투수 투수 코치는 경기 전 제춘모에 대해 "제구력이 괜찮다. 스피드 완급조절과 경험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만수 감독도 경기 전 "한계 투구수는 없다. 되도록 길게 던져주길 바란다. 5회까지만 던져줘도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좋지 않으면 두 번째 투수가 언제든 투입되도록 항시 대기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대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피칭이 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옥에 티는 상대 유격수 오지환에게 맞은 한 방이었다. 제춘모는 3회 2사 후 낮은 초구(136km)를 던진 것이 오지환의 방망이에 걸렸다. 상대적으로 타선의 침묵은 더 아쉬웠다. 8회말 2사까지 단 1개도 뽑아내지 못한 SK 타선이었다.
광주 동성고 졸업 후 지난 2002년 입단한 제춘모는 신인이던 첫 해 9승(7패, 평균자책점 4.68)을 올린데 이어 2003년에는 팀내 최다승인 10승(6패 5홀드)을 기록, 윤길현, 채병룡과 함께 SK를 이끌 우량 유망주로 손꼽혔다. 특히 잘생긴 외모와 시원시원한 성격은 팀내외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2004년 어깨 부상으로 4승에 그쳤고 2005년 팔꿈치 수술 후 군입대했다. 2008년 복귀했으나 주전자리를 되찾지 못했고 2009년과 2010년 각각 2경기씩 출장한 것이 다였다. 지난 12일 어깨 통증을 호소한 외국인 투수 로페즈 대신 임시 선발 자리를 차지한 제춘모다. 이날 호투로 다음 피칭까지 예약을 받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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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곽영래 기자/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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