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의 선발' 제춘모, "애국가 다시 들으니 좋더라"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5.18 06: 30

"패했지만 중간 투수들을 아낄 수 있었던 것으로 만족한다."
예전의 임팩트는 없었다. 그러나 10승 투수다운 노련미는 여전했다. SK 제춘모(30)가 비록 패전을 떠안았지만 2552일만의 1군 선발 등판에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제춘모는 1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LG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지난 2010년 9월 26일 문학 넥센전 이후 600일만의 1군 등판. 더구나 선발 등판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05년 5월 22일 인천 현대전 이후 6년 11개월 24일만에 1군 마운드에 섰다. 일수로는 2552일만이었다.

특히 제춘모가 마지막으로 선발승을 거둔 것은 지난 2004년 6월 23일 문학 두산 더블헤더 2차전이었다. 2885일만의 선발승 도전이었다.
그 결과 제춘모는 7이닝 동안 3피안타(1홈런) 3볼넷 2탈삼진으로 1실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총투구수는 109개. 하지만 팀 타선이 2안타로 침묵, 0-1로 패해 승리 감격 대신 아쉬움 가득한 패전을 떠안아야 했다. 특히 3회 오지환에게 맞은 솔로포가 곧바로 결승타가 됐다.
경기 후 소감에 대해 제춘모는 "팀도 졌고 그냥 무덤덤하다"면서도 "애국가를 다시 듣게 돼 좋았다"고 특유의 미소를 활짝 지어보였다. 선발 투수로서 7년만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기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제춘모는 지난 2005년 오른 팔꿈치 수술 후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150km를 육박하던 볼이 2군에서 최고 141km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때문에 주로 2군에서 나날을 보내야 했다. 그러나 올해 스프링캠프를 마친 후 투구폼을 수정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제춘모는 곧바로 김상진 2군 투수 코치를 찾아갔다.
그리고 제춘모는 백스윙을 간결하게 하는 대신 축이 되는 오른 다리를 좀더 곧추 세웠다. 그리고 상체보다는 하체를 충분히 이용해 던지는 것으로 수정했다. 모험이었다. 이에 "이렇게 대대적인 투구폼 수정은 처음이었다"는 그는 "아직도 완전하지 않아 가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 "결국 내가 살 수 있는 길이 뭔지 생각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고 김상진 코치님과 상의를 통해 얻어낸 투구폼"이라고 설명을 이었다.
이날 제춘모의 구속은 최고 139km에 불과했다. 직구를 비롯해 투심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을 절묘하게 섞어 던졌다.
그는 "기회를 주셔서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면서 "빠르지 않은 직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코스 코스 정확하게 던져야 했다. 그러기 위해 전날 포수 정상호와 이야기를 한 것이 도움됐다. 홈런은 오지환이 잘 쳐서 그렇다"고 냉정하게 돌아봤다. 또 "1군 멤버 일원이 된 것 자체가 기쁠 따름"이라는 그는 "중간 투수를 아낄 수 있었으니 그럼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로페즈를 대신한 만큼 무너지지 않았고 되도록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에 스스로도 대견해 했다.
지난 시즌 후 결혼한 제춘모는 2살 연상인 아내 김은정 씨로부터 경기 전 "못던져도 괜찮다. 프로야구 선수라서 당신과 결혼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는 이날 경기 호투에 가장 큰 활력이 돼줬다. 그리고 다음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로페즈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운 제춘모의 다음 등판이 더욱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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