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영화들, 음악이 곧 힘이다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05.18 09: 31

[해리슨의 엔터~뷰 (Enter-View)] 제65회 칸느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을 관람했다. 영화의 파격적인 소재만큼 빛났던 출연자들의 열연과 적절한 템포로 극의 흐름을 줌으로써 2시간 가까운 상영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 작품 전체적으로 두드러지는 않지만 극적인 장면마다 큰 효과를 가져 온 배경 음악은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상당한 일조를 하고 있다. 특히,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영화 주제가 ‘그 맛’은 카리스마 넘치는 뮤지션인 어어부 밴드 백현진의 음색으로 영화 ‘돈의 맛’의 강렬한 결말을 완성시킨다. 칸느 영화제와 국내 극장가에서 어떤 결과를 얻게 될 지가 초미의 관심사이기도 한데, 5월 국내 극장가에서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영화에는 ‘강렬하게 다가서는 음악’이 공통적으로 담겨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위와 같은 코드가 “돈의 맛”에도 내재되어 있다면 어느 정도 흥행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 “어벤져스”의 강렬함,  “백설공주”의 부드러움 -
 

전세계 극장가를 점령중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The Avengers)” 영화 장면에서는 많은 음악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슈퍼 히어로들이 힘을 합쳐 지구를 침공한 외계 세력과 맞춰 싸우는 장면을 즐기기에도 벅차기 때문이다. 그래도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음악들은 강렬하고 전투적이며 공격적인 면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사운드가든(Soundgarden)•에반에센스(Evanesence)•부시(Bush)등 현존 인기 록 밴드들이 사운드트랙에 신곡을 발표 대거 참여하고 있다. 남성 관객 선호 취향의 영화인 만큼 록 사운드로 충만한 음악 역시 알맞은 선택을 한 것 같다.
  아름답고 부드러운 음악이 등장하는 작품으로는 “백설공주(Mirror, Mirror)가 있다. 할리우드의 대표 여배우 줄리아 로버츠(Julia Roberts)가 악역을 담당 색다른 변신을 시도한 것도 이채로운데, “인어공주”•”미녀와 야수”•”알라딘”등 디즈니의 90년대 히트 애니메이션 의 음악을 담당했던 영화 음악의 대가 알란 멘켄(Alan Menken)의 수려한 스코어 곡들은 영화 흥행에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 “은교”의 은은함, “코리아”의 신선함 –
  영화 “은교”의 영상은 작품 전체적으로 볼 때 봄이란 계절과 가장 잘 부합되는 색채를 담고 있다. 열 일곱 살 여고생 은교는 싱그럽고 화사하며, 이제 갓 꽃을 피우려는 봄 자체다. “은교”를 본 많은 관객들은 영화에 등장하는 음악의 존재함이 그리 크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간간히 그리고 은은하게 주요 장면에서 흘러 나오는 ‘영화 속 음악’은 마치 꽃망울을 피우기 위해 살포시 감춰있는 듯한 봄날의 꽃과 같았다. 은교 음악의 ‘은은함’은 깊은 잔향으로 우리 주위를 맴돌 것이다.
  이에 반해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남북단일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코리아”의 음악은 처음이란 것에 초점이 맞춰진 듯 하다. 최초로 남과 북의 탁구 팀이 호흡을 오랜 세월 분단의 장벽을 뛰어 넘는 감동적인 승리를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첫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롭고 신선한 요소들이 장치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인디 뮤직 싱어송라이터 짙은과 “슈퍼스타K3” 생방송무대에 진출했던 이정아 등에게 영화 테마 곡을 부르게 함으로써 충분한 효과를 얻어낸 듯 하다.
 
-  “건축학 개론”과 “다크 섀도우” 속 아련한 추억의 음악 - 
 
  국내 멜로 영화 흥행 신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는 작품 “건축학 개론”은 개봉 전 이미 영화를 알리기 위해 전면에 등장한 전람회의 노래 ‘기억의 습작’의 극대화된 홍보 효과가 무엇인지를 똑똑히 보여 주었다. ‘잊지 못할 첫 사랑의 아련한 추억’을 스크린을 통해 다시 느끼게 해준 “건축학 개론”의 성공은 ‘90년대 중반의 정서’가 진하게 배어난 음악으로 인해 30대 후반 이상의 중 장년 관객의 발걸음을 극장으로 향하게 한 것이다.
조니 뎁(Johnny Depp)과 미셸 파이퍼(Michelle Pfeiffer)가 열연한 로맨스와 공포 코미디가 공존한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 “다크 섀도우(Dark Shadows)가 팀 버튼(Tim Burton) 감독의 작품이란 것을 알게 된다면 장면장면마다 개성 있는 등장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독특한 화면의 구성을 통해 바로 수긍하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197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 흐르는 팝 음악 사용에 감탄을 금치 못했는데, 극중 카메오로 등장한 앨리스 쿠퍼(Alice Cooper)를 비롯 이기 팝(Iggy Pop)•T-Rex등 70년대 초반 기괴한 의상과 파격적인 분장으로 더 주목 받았던 글램 록 아티스트의 음악을 사용하며 전반적인 영화의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잘 그려내고 있다. 반면, 카펜터스(Carpenters)의 ‘Top Of The World’ 및 퍼시 페이스(Percy Faith)와 배리 화이트(Barry White)의 밝은 톤의 노래들을 영화에 등장시킨 것은 팀 버튼과 조니 뎁 명콤비만이 시도할 수 있는 강렬했던 최고의 반전이었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