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코리아'(문현성 감독)에서는 남북 탁구선수들 말고도 눈에 띄는 인물이 또 한 명 있다. 남한, 북한도 아닌 중국 선수.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결성됐던 남북 단일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에서 중국 대표선수 덩야령으로 출연한 배우 김재화는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를 본 관객들 사이에서는 "실제 중국인인 줄 알았다"라는 반응이 가장 크다. 왠지 입술을 열면 중국말이 나올 듯한 그녀. 그 만큼 덩야령에 완벽 빙의된 모습의 김재화란 배우는 호기심을 자아낸다. 그녀는 누구일가?
# 내공 쌓은 배우, 하정우가 학교 선배

80년생. 영화 '하모니', '퀵', '황해' 등을 통해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김재화는 중앙대학교에서 연극학을 전공, 수년간 연극 판에서 내공을 다져온 배우다. 하정우는 같은 학교 선배로 현재 몸담고 있는 소속사(판타지오) 역시 같다.
학교 다닐 때의 하정우의 모습에 대해 묻자 김재화는 "정우 오빠는 되게 재미있는 학생 회장이었다"라며 "엠티를 가도 프로그램을 짜는게 다른 사람과는 차별되는 그야말로 '난 사람'이다. 유쾌하고 어디를 가도 분위기 메이커라 오빠 주변에는 항상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 리더십도 크고. 남녀노소에게 인기가 굉장했다. 툭히 남자들이 오빠를 좋아했다"라고 회상했다.
또 하정우의 의미는 후배들에게 남다르다. 그는 "연예인이 되고 학교에 들어온 사람들도 많은데, 정우 오빠는 철저하게 학교를 다니면서 졸업하고 배우로 성공한 케이스라 좋은 영향을 미친다. 졸업한 우리에게도 정말 귀감이 된다"라고 하정우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하정우에게 실질적으로 도움도 많이 받는단다. "모르는 것이 있어 물어보면 되게 잘 얘기해주고 잘 들어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자기만의 비밀 같은 것도 얘기해준다. 오디션 비법 같은 것들. 매번 적용은 못하지만 잘 안된 작품을 생각해보면 오빠가 얘기해 준 것과 반대로 하지 않았나, 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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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덩야령 하기에는 너무 예쁜데?
'코리아'는 회사 매니저가 CJ에 갔다가 '코리아' 측으로부터 "덩야령을 할 만한 사람 주변에 있냐?"라는 질문을 듣게 됐고, 이에 김재화를 소개하면서 이어졌다. 김재화는 "감독님도 저를 보고 굉장히 좋아하셨다. '덩야령 하기엔 너무 예쁜데?'라는 농담도 하셨다. 하하"라며 웃어보였다.
김재화는 이번 영화에 캐스팅 되자마자 탁구와 중국어 대사를 위한 연습에 몰두했다. 세계 랭킹 1위의 탁구 선수인 만큼 당당한 시선처리와 말투, 포스있는 눈빛과 표정 등 세밀한 부분까지 철저하게 연구했다. 자료 영상을 보며 최대한 덩야령 선수와 비슷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원래 '따라하기' 하나는 누구보다 자신있다는 그는 "덩야령 선수의 눈빛과 포즈 등 평소의 모습들, 버릇을 많이 따라하려고 했다"라고 말했다.
또 이번 작품을 하면서 '선수들의 삶은 어떨까?'란 생각을 많이 했다고. 아직도 합숙과 통금시간이 남아있는 스포츠 종목이 탁구라고 한다. "진짜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탁구에 미쳐서 산다. 그러다 보니 그 탁구선수를 연기하는 나 조차도 설렁설렁 못하겠더라. 더 철저하게 연습하고, 일주일 대부분을 다 연습에 쏟아부었다. 하루만 빠져도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을까란 걱정도 됐고. 5~6개월 탁구에 올인 한것 같다"라고 열정을 쏟아부었던 시간에 대해 들려줬다.
배두나, 하지원 등 극중 라이벌인 한국 선수들에 대해서는 "스탠바이 전에는 남·북·중 할 것 없이 친자매 같다가도 탁구대 앞에만 서면 서로 눈빛이 달라진다"라고 말하기도.
# '황해' 김윤식 선배 애인 역 잊을 수 없죠.
영화 '황해'에서는 조선족 여성으로 출연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3개월 걸친 오디션을 통해 역할을 따냈다. 오디션 1차를 끝내고, 다시 조선족 사투리를 연습하고, 여러번의 '거르는 작업'을 통과해 역할을 따냈다.
김윤석의 굉장한 팬이라는 김재화는 "대사는 없고, 조금 나왔지만 애착이 가는 작품이다. 김윤석 선배님의 여자친구 역이니까. 영화에서 선배의 여자관계는 저 밖에 없다. 하하"라며 웃어보였다.
그는 하반기 영화 '공모자들'의 개봉도 앞두고 잇다. 극중 그는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물건'을 배달하는 따이공으로 분해 다시한 번 열연을 보여줄 예정이다.

# 저 결혼했어요~
그는 3개월 전 결혼을 한 새신부다. 결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얼굴에 웃음꽃이 가득핀다. 남편은 학교에서 만난 커플로 10여년 열애 끝 결혼한 장수 커플이다. 현재 연극 연출 쪽에 몸답고 있다고.
그는 "결혼하니 든든하다"라며 지인들에 결혼을 강추한다고 전했다. '10년 연애를 했으면 애정보다는 정이 크지 않냐'라는 농담을 하자 "결혼하고 나니 남편으로서의 애정은 좀 다르더라. 남자친구였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라 새롭다"고 대답했다. "남편은 직접 대놓고 칭찬은 안 해주는 편이지만, 대신 지지를 많이 해 준다"라며 남편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남편 뿐 아니라 김재화의 집안 식구들 모두 예술적 기질이 다분하다. 김재화는 "내가 장녀고 자매가 셋인데, 모두 배우다"라고 남다른 가족의 특성에 대해 들려줬다. 둘째 여동생은 영화 '러브픽션'에도 출연한 연극배우이고, 막내 여동생은 현재 대학생으로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이다.
연극, 연기, 영화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생겨났다고 한다. "어렸을 때 부모님하고 독백집을 갖고 하나의 독백을 돌아가면서 연기 했다. 엄마, 아빠가 중고등학교 연극반에서 만나셨다. 사촌들도 다 그 분야에서 일한다. 친척들하고 다 같이 만나면 그림, 사진 등 예술에 대한 토론을 한다. 초등학교 때는 사촌들 8명이 모두 모여 설날 특집 공연 짜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 제게 구수한 섹시함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본인의 배우로서의 장점을 묻자 "어떤 역할을 맡을 때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보시는 분이 잘 구별을 못하는 편이다. 작품마다 새롭게 변신을 하고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유연한 수용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대답했다.
강렬한 고양이상의 눈에서 사람을 휘어잡을 듯한 눈빛이 흘러나온다. "눈빛에서 섹시미가 있다"라고 말하자 "아, 보통 배우들에게 없는 '구수한 '섹시함'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라며 웃어보였다. 본인 성격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유쾌함'을 꼽았다.
그는 "성공이냐 아니냐만 버리면 배우란 직업은 참 아름답고 좋다. 내가 막 '스타가 되야지', '유명해져야지 '라는 생각에 집착하면 자기 자신이 초라해질 수 있다. 그런 걸 버리고 연기 본연의 재미만을 생각하고, 그것의 소중함을 알아야 한다. 나는 적어도 세상에서 연기가 제일 재미있다. 또 혼자하는 예술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호흡을 맞추고 같이 한다는 것도 좋다. 난 배우가 참 좋다"라며 연기자로서 계속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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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