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 감독, 고원준 2군 안 내린 이유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5.18 17: 19

"1,2,3선발이 다 터지는데 4선발만 내릴 수 있나".
롯데 자이언츠 양승호(52) 감독은 지난 11일 청주 한화전이 끝난 뒤 선발 투수였던 고원준을 향해 "다음 번 등판에도 젊은 선수다운 패기를 보여주지 못 하면 2군으로 내리겠다"는 엄포를 놓았었다. 그날 고원준은 7-0의 리드를 등에 업고도 5실점을 하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한 바 있다.
그리고 고원준은 바로 다음 등판이었던 17일 사직 넥센 히어로즈 전에서 4⅔이닝 8피안타 9실점으로 올 시즌 최악의 피칭을 했다. 이미 양 감독이 '엄중경고'를 했기에 조심스럽게 고원준의 2군행이 점쳐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고원준은 2군으로 강등되지 않았다. 18일 경기를 앞두고 발표된 엔트리 변경에서 롯데는 내야수 김대우를 제외하는 대신 우완 허준혁을 올렸다. 양 감독은 "원래 야수를 올려야 하지만 진명호가 공을 많이 던져서 그 역할을 해 줄 허준혁을 불렀다"고 설명했다.
양 감독이 고원준을 2군에 내리지 않은 이유는 선수가 1군 엔트리에서 빠질 때 빠지더라도 그 이유를 납득해야 한다는 평소 지론 때문이다. "최근 1,2,3선발이 모두 무너졌다. 그런데 4선발인 고원준이 무너졌다고 혼자 빼버리면 선수가 납득을 못 할수가 있다. 그건 지도자로서 잘못 행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치들 역시 비슷한 건의를 해와서 이번 한 번만 1군에 남겨두기로 했다"고 양 감독은 그 배경을 설명했다.
원래 양 감독은 고원준을 더 던지게 할 생각이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양 감독은 "던질 투수도 없었다. 9회까지 던지게 두려고 했다가 그래도 7회는 혼자 책임지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제 분을 못 이겨서 애꿎은 허도환을 맞히는 걸 보고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고원준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대신 양 감독은 자신을 슬그머니 피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고원준을 불러 세우고는 "감독님을 보면 인사를 해야지. 어서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해봐"라고 짐짓 호통을 치고는 고원준이 "안녕히 주무셨습니까"라고 인사를 하자 "내가 너 때문에 잘 잤겠냐"고 농담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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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민경훈 기자,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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